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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죄수의 딜레마와 타협의 기술
뉴스종합| 2017-09-06 11:39
북한이 일본 홋카이도 상공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드디어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그것도 역대 최대 규모의 수소폭탄을 실험하였다.

미국과 일본은 매우 격양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당분간은 대화보다는 제재와 응징 쪽으로 기울 것이다. 한반도의 안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 정부 입장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 북한과의 모든 대화 채널이 막힌 상태에서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국제사회와 함께 외교적 수단을 이용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가장 좋은 수단은 역시 대화와 타협이다. 경제학의 유명한 이론인 ‘죄수의 딜레마’는 대화와 타협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공범인 두 명의 죄수가 서로 다른 방에서 수사관에게 취조를 당하고 있다.

두 명 모두 끝까지 범죄를 부인하면 무죄로 석방이 되지만, 한 명이라도 먼저 자백을 하면, 자백을 한 사람은 무죄, 나머지 공법은 유죄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죄수들의 최적의 선택은 당연히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두 명의 죄수가 서로 대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이론적으로 두 명의 죄수는 결국 자백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 죄수의 딜레마 이론이다.

즉, 상대편의 의중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보만을 이용한 최적의 선택은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영화 뷰티플마인드로 유명해진 수학자 존 내쉬에 의해서 증명된 이론이다. 영화에 의하면 금발미녀를 두고 벌이는 남학생들의 심리적 역학관계에서 단서를 얻어서 존 내쉬는 내쉬균형이론을 발표한다. 남학생들의 최적의 선택은 금발미녀를 무시하는 것이지만, 서로 대화가 없는 경우에는 남학생 모두가 금발 미녀에게 프로포즈를 하게 된다는 것이 내쉬균형이론의 요지이다.

내쉬균형이론은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대화와 타협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며, 2차대전 이후 UN을 포함한 다양한 국제기구 창설의 이론적 토대가 된다. 존 내쉬는 1994년에 균형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다.

대화와 타협과 더불어, 전체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각자 한발씩 양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주는 경제학 이론으로 “승자의 저주”가 있다. 공개입찰에서 최종 승자가 지불하는 금액이 실제 가치보다 항상 높다는 이론이다. 석유시추권 공개입찰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승자의 저주”라고 처음 일컬었고, 1992년 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가 발간한 “승자의 저주: Winner’s Curse”라는 책을 통하여 널리 알려졌다. 코엑스몰 리모델링 후 재입점 입찰에서 반디앤루니스를 제치고 입성에 성공한 영풍문고가 그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승자의 저주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compromise”는 “타협하다”라는 뜻의 영어단어이다. 그러나 이 단어는 “손상시키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타협을 할 때, 상대편을 굴복시켜서 타협을 하는 경우를 지칭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타협이라는 의미 안에 타인의 명예나 존엄성을 손상시킨다는 의미가 숨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이 대표적인 compromise의 예가 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당분간은 대화와 타협보다는 제재와 응징의 수단이 사용될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안보위기를 푸는 궁극적인 열쇠는 대화와 타협이다.

나아가 상대방의 존엄성을 침범하지 않는 타협이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화와 타협과 더불어 양보가 필요하다. 같은 민족이라는 당위론적인 이유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안위와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대화와 타협 그리고 양보는 필수적이다. 개성공단이 가동되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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