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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혁신도시 제2막을 맞이하며…여인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뉴스종합| 2017-09-11 07:06
올해는 혁신도시 착공 10주년을 맞는 해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이 시행되고 115개 기관 4만 명 이상이 10개 혁신도시로 이전을 완료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새롭게 뿌리를 내린 광주ㆍ전남 빛가람 혁신도시는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하는 것은 보지 못했지만, 배나무 밭과 황토밭이 고층 건물 단지로 바뀌었다.

빛가람 혁신도시가 위치한 나주시의 경우, 그 전까지 인구가 감소 추세였다가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된 2014년 이후 3년 새 2만여 명이 늘고, 세입은 2000억 원 증가하였다. 지역 발전을 이끌어갈 손과 연장이 갖춰진 셈이다. 이제 지역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혁신도시 시즌2’ 도약을 위한 방향을 모색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최근 세 번째를 맞이한 ‘빛가람페스티벌’은 혁신도시 이전 기관들이 주도하여 지역의 일원으로 서로 화합하고, 도시 발전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매년 페스티벌 기간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16개 기관과 지자체가 협력해 혁신도시 곳곳에 명사강의, 문화공연, 심포지엄 등을 열고 지역민도 함께 어울리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분야도 다르고 업무도 다르지만, 기관 종사자들과 지자체가 한자리 모여 진정한 칸막이 없는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혁신도시가 생기기 전까지는 보기 힘들었던 풍경이다.

살기 좋고, 살고 싶은 도시로 가꿔나가기 위해 공공기관장협의회 등 각 기관 리더들 간의 적극적인 협력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수도권에서의 문화적 혜택과 각종 기반시설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지만, 이전 기관과 지자체, 교육청 등이 힘을 모아 이주민들이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 교육, 의료, 문화시설 등 정주여건 개선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나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고, 아들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한 맹모 이야기에서처럼 교육환경은 혁신도시로의 가족 동반 이주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에 직원들의 자녀 교육 걱정을 해소하고자 협의회가 함께 노력한 결과, 혁신도시 내 공립 중․고교 신설이 확정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지역 전반의 교육환경 개선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는 기관별 기능과 연계하여 혁신도시와 주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주민과 상생하는 사업 발굴도 필요하다. 어려워 보이지만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쉽다. aT는 지역 농협과 연계하여 사옥 1층에 이동형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고, 타 기관에 꽃소비 캠페인을 전파하는 등 지역 농가에 보탬이 되는 일들을 실천 중이다. 이웃 기관과 함께 지역 문화 축제를 찾아 농어업인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무료법률상담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부족한 부분들을 십시일반 채워나가는 사소한 일도 지역 서비스 환경을 개선하고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금만 둘러보면 이전 기관들이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

정부의 지방이전 정책이 지역 발전의 씨앗을 심는 일이었다면, 현재는 그 싹을 틔우는 과정에 있다.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혁신도시가 꽃을 피우려면 터를 잡은 사람들이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갖고 물을 주어야 한다. 공공기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찾고, 자연스럽게 균형 발전에도 기여하는 선순환을 통해 이전 기관과 지역사회가 함께 한 단계 도약하는 ‘혁신도시 시즌2’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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