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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책 어떠십니까?…본지 건설사 10곳 설문] “분양가 상한제, 얻은것 없이 시장만 왜곡”
부동산| 2017-09-13 11:28
‘로또청약’ 촉매제 역할 불균형 심화
정부 인위적개입 부정적 영향 더 커

“분양가 상한제는 과거에 청약경쟁률을 높이고, 시세차익만 키운 결과를 보여준 전례 있다. 이번에도 득도 없이 시장만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건설사들은 부활을 앞둔 분양가 상한제가 ‘로또 청약’의 촉매가 될 것을 우려했다. ‘풍선효과’를 차단하려는 정부의 의지에는 수긍하면서도 시세차익 확대로 인한 분양시장의 불균형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13일 헤럴드경제 설문에 참여한 10대 건설사 중 8곳은 ‘분양가 상한제가 필요 없다’고 응답했다. ▷투기과열지구ㆍ투기지역 지정 ▷청약제도 개편 ▷LTVㆍDTI 한도 축소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보다 분양가 상한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A건설사는 설문에서 “시장경제 논리와 수요ㆍ공급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되는 분양가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시장 균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분양가 상한제는 공동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산한 금액 이하로 분양가격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민간택지에서는 2015년 기준 강화 이후 적용된 사례가 없다. 고분양가를 초래하는 일부 지역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지만, ‘누르면 다른 쪽이 튀는’ 시장 원리를 거스르긴 힘들다. 정부가 되레 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B건설사는 “분양가 상한제는 시장 가격을 왜곡하는 행위로 사업성 하락만 불러올 것”이라며 “공급이 축소되고 신규 아파트에 대한 품귀현상으로 이어지면 과열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C건설사도 “이미 많은 규제가 동시에 이뤄져 주택시장의 침체가 가속되고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추가 타격을 우려했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 기준을 손질하면서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상당수의 자치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 이후 아파트값 동향이 관건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8ㆍ2 부동산 대책 이후 상승폭이 둔화돼 실제 적용 대상이 예상보다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수의 건설사가 분양일정을 조정할 경우 공급 부족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건설사는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 방향은 맞지만, LTV 축소는 실수요자들에게 진입장벽을 높이고 분양가 상한제 등 인위적인 가격 제한은 되레 ‘로또 청약’ 등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근본적이고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

고용주 롯데건설 주택사업부문장, 김창환 대우건설 주택건축사업본부장, 성상록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우무현 GS건설 건축부문대표 부사장, 이기동 대림산업 주택영업실장, 이영호 SK건설 건축기획본부장, 이용일 포스코건설 건축사업본부장, 장경일 현대산업개발 건축주택사업본부장,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정찬수ㆍ김우영 기자/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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