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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금융 부패와 도덕적해이의 뿌리는 ‘인사’
뉴스종합| 2017-09-14 11:12
13일 법원은 김수일 전(前) 금융감독원 부원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금감원 변호사 채용 과정에서 전직 국회의원 아들에게 특혜를 준 혐의다. 박인규 대구은행 행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지난 5일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은 주가 조작 혐의로 지난 4월 기소ㆍ구속돼 재판 중이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에 연루된 의혹으로 올초 검찰 수사를 받았다. 정유라씨에 불법대출을 하고, 이를 주도한 하나은행의 인사가 특혜 승진을 하게 됐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금융위 부위원장 재직 시절 하나금융지주에 청와대의 청탁을 전달했다. 금융산업은 돈의 흐름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해 그 대가로 수익을 얻는 사업이지만, 국내 금융은 자금이 아닌 ‘인(人) 리스크’가 최대 위협요소가 됐다. 불법ㆍ비리 혐의가 대규모 금융지주ㆍ지방은행ㆍ자본투자업 등 업권을 가리지 않고 제기됐고, 이를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마저 연루됐다.

새정부 들어 금융권 ‘인사’는 곳곳에서 파열음이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은 갖은 루머 속에 여러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내리길 수차례 반복한 끝에 임명됐다. 그 과정에서 금감원 노조의 반발도 있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노조와의 토론 끝에 연착륙했지만, 은성수 신임 수출입은행장은 14일까지도 노조의 출근 저지로 내홍을 겪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연임을 노리는 윤종규 회장과 노조와의 갈등이 불거졌고, BNK금융지주는 ‘낙하산 논란’ 끝에 김지완 회장이 내정됐다.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룰 두고서는 사의를 표명한 정찬우 이사장의 후임이 오리무중이다. 서울보증보험, 수협 은행장은 공석이고 또 다른 금융공기관들은 숱한 ‘설’만 무성하다.

국내 금융산업의 ‘후진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문제는 금융감독과 금융산업의 독립성이다. 이는 금융당국은 물론 대부분의 공기관과 국책은행의 수장들의 교체가 임기와 상관없이 이뤄져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데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법규에 명시된 임기는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금융연구원이던 2001년 ‘금융감독체제의 개선방향’이라는 논문에서 금융감독기구 독립성의 필수 요소로 임기 보장을 꼽았다. 정치적 압력이나 규제 대상(금융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사에게선 ‘지대추구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했다. ‘지대추구행위’란 개인의 이권을 위해 불ㆍ편법으로 자원을 소비하는 현상을 말한다. 정치ㆍ행정권력 및 이해집단과 결부돼 인사가 이뤄지면 공적 목적보다는 특정 집단ㆍ개인을 위한 이권 추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금융권 비리ㆍ탈법 혐의는 그 방증이다.

민간 금융사는 지배구조가 문제다. 최 원장은 지난 2000년엔 ‘국내은행의 지배구조 개선방안’에서 경영상 주요 결정과 임원 선출 등을 담당하는 은행의 이사회에 대해 기능이 명확지 않고 평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했다. 최근 금융지주와 은행에서의 임원선출 및 이사회 구성을 둔 논란은 금융사 지배구조가 여전히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임기보장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독립성 확보와 이사회 기능의 정상화를 통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사 논란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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