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5번 신청, 3번 기각…KAI수사 ‘암초’
기사입력 2017-09-14 11:30 작게 크게
서류파쇄 지시한 상무 영장 기각
檢 “증거인멸 우려…수긍 어렵다”

지난 7월14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서울사무소와 경남 사천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방산비리 수사에 나섰던 검찰이 잇단 영장 기각으로 암초를 만났다.

KAI 경영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는 두 달 사이 청구한 5번의 구속영장 중 3번 기각되며 쓴맛을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부하 직원에게 분식회계 관련 서류들을 파기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를 받는 KAI 박모(58) 상무의 구속영장을 13일 기각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증거인멸 지시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형법은 증거인멸죄를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본인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는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음을 뜻한다.

법원 관계자는 “박 상무의 지시를 받은 부하 직원이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박 상무의 증거인멸교사죄 자체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은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를 파기한 혐의로 기소된 진경락 전 과장에게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진 전 과장이 자기 범죄와 관련된 증거를 인멸했다고 보고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검찰은 14일 법원의 결정에 “수긍하기 어렵다”며 즉각 반박하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에서 인멸된 증거는 경영진과 회계담당자들의 분식회계에 대한 것”이라며 “(박 상무의 증거인멸 지시를 받은 이들은) 회계부서와 직접 관련이 없어 분식회계로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이 없는 개발부서 실무직원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상무가 직무상 상하관계를 악용해 경영진과 회계담당자들의 분식회계 혐의와 직결되는 중요 증거서류를 직접 골라 세절하도록 교사한 것이므로 증거인멸 교사죄가 성립한다”고 맞섰다.

협력업체의 뒷돈 일부를 상납받은 혐의를 받는 KAI 전 생산본부장 윤모(59) 씨의 영장이 지난 달 4일 첫 기각된 이후 검찰 수사는 연거푸 법원 결정에 막히고 있다.

지난 8일 KAI 채용비리 혐의(업무방해) 등을 받는 이모(57) 상무의 영장 기각에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 법원ㆍ검찰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하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검찰이 8일 내놓은 입장문의) 내용이 전부”라며 말을 아꼈다. 이어 “과거 일선 지청장이나 부장검사 시절에도 (검사들에게) 웬만하면 영장 기각에 흥분하지 말라고 하고 거의 재청구 지시를 안 내렸다”며 더 이상의 확전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 영장이 기각된 박 상무는 T-50 고등훈련기를 비롯해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과도 관련이 있는 주요 피의자여서 검찰로선 영장 재청구를 포함해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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