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의료진 사명감 부족이 빚은 ‘날벌레 수액’ 소동
뉴스종합| 2017-09-20 11:19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생후 5개월된 영아에게 수액을 투여하는 과정에서 날벌레가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만 해도 이만저만 충격이 아닌데, 인천 인하대병원에서는 환자에게 투여하기 직전 바퀴벌레로 의심되는 이물질이 발견됐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병원이 이런 사실을 직접 신고했으며 확인도 마쳤다고 밝혔다. 동네의원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대학병원급 대형병원에서 일어났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수액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도 너무 크게 뚫렸다.

이대목동병원에서 발견된 날벌레는 수액 자체가 아니라 수액 세트에 있었다. 수액세트는 수액이 조금씩 환자 몸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조절해주는 링거 줄과 점적통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제조업체를 조사하고 회수명령과 함께 제조 정치 처분을 내린다고 한다. 의약품이나 그 부속품을 만드는 회사가 안전과 위생관리에 소홀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정작 더 큰 책임은 이를 실제 관리하고 사용하는 병원쪽에 있다고 본다. 이번 날벌레 수액 사건만 해도 식약처는 제조 공정 상에서의 일이고, 병원측 수액세트 관리에는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규정상 문제삼을 일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도식적이고 안이하게 볼 사안이 아니다. 수액세트에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의 이물질이 있는 데 그걸 모르고 환자에게 사용했다는 건 그만큼 의료진의 주의가 부족했다는 것 아닌가. 게다가 수액을 투여하고도 중간 점검도 하지않았는지 주사액이 들어가기 시작한지 두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환자의 보호자가 발견하고 병원측에 알려줬다고 한다. 그러니 병원의 책임이 적다고 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병원과 의료진이 조금은 더 사명감과 정성으로 환자를 돌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수액은 환자 혈액으로 직접 들어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이물질에 오염이 되면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수액을 투여하기 전에는 반드시 수액백에 이물질이 없는지, 혼탁하지는 않은지 확인하도록 ‘주사제 안전사용 가이드라인’에 규정돼 있다. 물론 수액세트에는 적용되지 않는 규정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액 투여시 의료진이 링거줄과 점적통을 한번 살펴만봐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식약처는 수액과 수액세트를 사용하는 모든 병원에 다시한번 주의를 환기 시켜키고, 수액세트 안전 관리 지침도 차제에 마련해야 한다. 날벌레 수액을 맞은 어린 환자에 대한 후속조치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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