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번에도 추정가 이하 낙찰…김환기 숨고르기?
라이프| 2017-09-21 11:01
“색상ㆍ사이즈ㆍ재료 등 영향”
“호당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
“김환기 그림 안에서도 차별화 나타나”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환기 열풍’도 끝물일까. 이번에도 김환기(1913~1974) 작품이 추정가를 못미치는 가격에 낙찰됐다. 지난 3월 서울옥션 홍콩세일에서 김환기의 청록전면점화 ‘18-Ⅱ-72 #221’이 추정가(27억원~40억원)에 미달된 1500만 홍콩달러(한화 21억 6850만원)에 낙찰된 이후 두번째다.

서울옥션은 지난 19일 진행한 근현대미술품ㆍ고미술품 경매에서 김환기 ‘무제’가 15억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애초 추정가 16~25억원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번 경매에 나온 작품은 작가가 미국 뉴욕에 체류하던 시절에 제작된 작품으로 청록색의 전면점화다. 가로 86.5 센치미터 세로 60.7 센치미터로(약 25호) 사이즈는 작은편이나, 뒷면에 ‘낫 포 세일’(not for sale)이라는 문구가 선명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옥션 측은 “뉴욕 포인텍스터 갤러리가 1978년 아트페어 피악(FIAC)에 김환기 작품을 출품할 당시, 아내 김향안 여사가 출품은 하되 판매를 원치 않아 남겨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서울옥션 근현대미술품ㆍ고미술품 경매에서 15억원에 낙찰된 김환기 ‘무제’. 낮은 추정가(16억원)에 못미치는 수준에서 낙찰됐다. [사진제공=서울옥션]

이렇듯 잔잔한 스토리를 담은 작품인데도 시장에서 반응이 예전만큼 뜨겁지 않았던데 대해 전문가들은 콜렉터들이 ‘옥석가리기’에 들어갔다고 봤다. 김환기 작품에 대한 매력이 예전만 못하다거나, 경매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큰 손 콜렉터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감정위원장은 “시장에 단색화 열풍이 분지 벌써 5년째다. 단색화 내에서도 차별화가 일어나고 있고 김환기 그림에도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푸른 전면점화가 아닌 청록이었던 점, 작품 사이즈가 작았던 점, 재료의 문제가 (추정가 미달 낙찰에)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은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작품이 아닌 면에 유화로 그린 작품이다.

김영석 위원장은 “단색화 중 김환기 작품에 대한 선호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될 것”이라며 “호당 가격으로 보면 이번 낙찰가는 여전히 상승세”고 강조했다.

서진수 강남대 교수도 “점 당 10억원 이상 넘어가는 작품을 구매하는 콜렉터라면 경기 부침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콜렉터들이 선호하는 100호이상의 대형 푸른전면점화는 10여점에 불과하며, 그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며 “특히나 투자가치를 고려한다면 10억원 짜리 김환기 작품 여닐곱개 보다 80억원 1점이 유리하니, 콜렉터들의 쏠림도 그쪽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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