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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얼굴 어때요?”…유튜브는 ‘얼굴 평가 중’
뉴스종합| 2017-09-21 09:36
-얼굴 사진ㆍ영상 올리고 평가 받는 ‘얼평방송’ 인기
-자극적인 인식공격 오가도 “얼평해달라”는 사람들
-SNS문화, 청소년 특성 결합된 복합적인 현상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안경을 벗으면 색다른 느낌일 것 같은데, 다른 사진은 없어?”, “코끝에 보형물을 더 넣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지금도 뭐 나쁘지 않아요.”

최근 한 유튜브 1인 방송 BJ(Broadcasting Jockeyㆍ방송진행자) 가 시청자가 보내온 얼굴을 보고 한 평가다. BJ가 얼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 수백 명이 참여하고 있는 실시간 채팅방에선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그래도 예쁘다’, ‘눈만 내 이상형’ 등 얼굴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쏟아진다. 

[사진=유튜브에서 방송된 얼평방송 캡처]
[사진=유튜브에서 방송된 얼평방송 캡처]

1020세대에서 유튜브에서 얼굴을 평가하는 ‘얼평’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얼평방송은 얼굴이 나온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고 사람들이 얼굴에 대해서 평가하는 방송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시청자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고 BJ나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에게 얼굴에 대한 평가를 받는 형식을 갖는다.

얼평방송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5년 전에 아프리카TV에서 얼굴을 평가하는 방송이 나오면서 ‘얼평’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그런데 최근 유튜브가 대중화되면서 시청자들이 늘자 아프리카TV의 얼평방송이 넘어오고 보다 다양한 형식으로 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성형 견적 뽑기’, ‘이상형 찾기’, ‘길거리 이상형 찾기’ 등 새로운 포맷이 접목돼 얼평방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얼굴 평가 내용을 보면 자극적인 경우가 많다. “눈이 크다”, “눈썹을 왜 그렇게 진하게 그렸냐” 등 친구가 해줄법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5만원을 십원짜리로 바꿔서 얼굴에 퍼붓고 싶다” 등 인신공격을 하는 경우도 있다. “몸매 사진을 좀 보여달라”는 요구도 한다. 특히 채팅방에서 불특정다수가 쏟아내는 평가는 더욱 선정적이다. BJ는 심한 욕설이나 인식공격을 하면 시청자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받게 되기 때문에 인신공격에 조심스러워하는 편이지만, 실시간 채팅방에서 올라오는 얼굴평가는 욕설과 성희롱 발언 등도 쏟아진다. 그래서 일부 BJ는 “심한 욕설을 삼가주세요”,“불편한 사람들은 들어오지 마세요” 미리 공지를 띄우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얼굴평가를 해달라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최근엔 직접 계정을 만들어 자신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올린 뒤 댓글을 달아달라는 사람들도 있다. ‘얼평해주세요’라고 검색하면 수만 건의 동영상이 쏟아진다. 대부분 청소년들이다.

전문가들은 SNS 놀이문화, 청소년시기 인정받고 싶은 욕구, 외모지상주의 등이 결합된 복합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사진=최근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접근해 인터뷰하는 1인방송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골목에서 여성에게 접근하고 있는 1인방송 진행자의 모습]

불특정다수가 모인 인터넷 공간에서 얼굴을 올린다는 것이나 대놓고 평가를 받는다는 게 기성세대의 시각에서는 낯설지만, 일부 1020대에서는 일종의 ‘가벼운 놀이’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튜브는 하나의 놀잇감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에서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에서 참여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SNS문화에 익숙한 아이들이 사진을 올리면 심한 인신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를리 없다”며 “그런데도 사진을 내민다는 것은 누구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자체가 매우 재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외모에 대해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은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얼굴 평가에 참여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곽 교수는 “청소년 시기에는 자신이 정상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고민인 시기”라며 “외모에 대해 고민이 많은 학생들이 ‘넌 괜찮아’라는 말을 듣고 공감받고 싶으려는 마음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지우고 싶을 수도 있고, 장난으로 올렸지만 악플에 상처를 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곽 교수는 말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파성이 강한 인터넷 공간의 특성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인터넷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예쁘다, 멋있다는 소문이 돌면 금방 퍼져나가 금방 유명인을 만들어낸다”며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유튜브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도 외모에 기초해 스타가 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외모도 능력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외모가 중요한 사회이기 때문에 외모를 세상에 알리고 평가받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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