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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완전파괴’ 발언 속 전략적 메시지 담겼다
뉴스종합| 2017-09-21 09:39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오락가락’ 대북메시지가 종합적으로는 일관성과 체계성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발언한 ‘완전 파괴’ 발언 속에도 전략적 메세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럴드경제가 21일 지난 7월 북한의 1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 이후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라인의 북한 관련 발언을 분석한 끝에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역할을 바꿔가며 ‘외교적 해결’과 ‘군사대응’이라는 2가지 카드를 번갈아 내미는 것 같았던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수장들은 실제로 각자의 위치에서 국제사회와 미국 대중, 그리고 북한 등을 향한 전략적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하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 발언과 트럼프 외교안보라인의 잇단 ‘군사옵션’ 발언이 전략적으로 발신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레그 브레진스키 조지워싱턴 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조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피하고 싶어하지만 ‘군사옵션’을 과시함으로써 북한을 억제하고 싶어한다”며 “북한의 도발을 참고 넘어갈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적 하에 이같은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과 트위터라는 커뮤니케이션 창을 이용해 대북담론을 주도했다. 또, 자신의 지지기반인 극우성향의 백인 노동자층을 결집시켰다. 북한이 지난 7월 1차 ICBM 도발을 감행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중국이 북한을 더 압박해 이 넌센스 같은 상황을 끝내야 한다”며 ‘중국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이후 세계 언론은 미국 정부의 ‘세컨더리 보이콧’(제 3자 제재) 가능성에 주목하며 중국에 보다 강한 대북제재를 촉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메시지에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시사하자 트럼프는 “군사준비 장전 완료”라는 트위터로 한반도 긴장을 고도화시키며 북한과 기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와 ‘막말 발언’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과 중국 등 파트너 국가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제임스 울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국장은 “백악관의 핵 위기 한복판에서 트위터를 사용한다면 이 또한 진짜 재앙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로 제 2차 한국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결사로 나선 것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다.

매티스 장관은 미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수립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키맨’(key man)으로 꼽힌다. 의회전문지 더힐도 매티스 장관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확인자’(clarifier)라고 표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수위가 언론과 동맹국가들을 불안하게 만들 때마다 “외교적 해법은 고갈되지 않았다”며 정리에 나섰다. 여기에 맥마스터 보좌관은 “외교적ㆍ경제적 노력 앞세울 것”이라면서도 “북핵 능력 제거 위한 예방전쟁 가능하다”며 트럼프와 매티스 장관의 발언수위를 절충한 입장을 내놓았다. 또,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한국을 철통같이 방어할 것”이라며 동맹국을 달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틸러슨은 미국의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장관으로서 북한과의 대화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압박과 대화의 병행’ 원칙을 큰틀에서 유지해온 것이다. 미 정계 소식에 밝은 외교안보 전문가는 “틸러슨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엇박자’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정책기조에서 벗어난 것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안보라인이 북한을 압박한다면, 틸러슨 장관은 국무부가 북한의 ‘출구전략’(exit strategy)될 수 있음을 시사해왔다”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되레 분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그렇다고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라인의 대북메시지가 오락가락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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