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중금리대출 하랬더니...인터넷은행, 안전한 장사만
뉴스종합| 2017-09-21 11:01
고금리로 취약계층 배제
시중은행보다 더 심각해
2금융 중저신용 대출 폭증
이자부담 커 신용위험↑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신용등급 4∼6등급의 중신용자들이 은행의 높은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고 있다. 은행이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해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 영업을 제한하자, 20% 안팎의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중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겠다며 사업 인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조차 중신용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11%를 간신히 넘는 등 기존 은행보다 못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중신용자 관련 신용정보나 신용평가모델 구축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중신용자 대출 2금융 집중…올해 17.6조↑=한국은행이 21일 금융통화위원회 금융안정회의에서 금융기관 업무보고서, 나이스평가정보 신용등급 자료 등을 토대로 분석한 ‘중신용자 신용대출시장의 현황’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국내 금융기관의 중신용자 신용대출 규모는 67조1000억원으로 전체 신용대출의 32.3%를 차지했다.

고신용자(1∼3등급) 대출은 114조8000억원이었고, 저신용자(7∼19등급)는 2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비중은 각각 55.3%, 12.4% 수준이다.

[자료=한국은행]

업권별로 보면 비은행금융기관이 전체 가계 신용대출의 43∼64% 가량을 중신용자 대상으로 취급하는 등 가장 많았다. 특히 저축은행(63.7%), 카드사(60.2%)의 중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았다. 반면 은행은 신용대출의 77.9%가 고신용자에 쏠려있었다.

금액별로는 은행의 중신용자 신용대출 규모가 20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카드사(18조2000억원), 상호금융(11조5000억원), 저축은행(6조1000억원), 보험(4조원) 순이었다.

올들어 중신용자 신용대출은 업권별로 증감이 엇갈렸다.

은행은 리스크 관리 강화, 주택담보대출 취급 확대를 위해 중신용자 신용대출을 작년 말보다 11조7000억원 줄였다.

높아진 은행 문턱에 2금융권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카드사, 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 대출은 6개월 새 17조6000억원 폭증했다.

문제는 은행에서 밀려난 중신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6월 중 중신용자가 받은 신용대출 평균금리를 업권별로 보면 은행은 연 5.8%에 불과했지만, 저축은행 21.4%, 캐피탈 19.7%, 카드사 14.9%, 보험 10.5%에 달했다. 대부업체는 무려 27.6%였다.

연 10% 이상 금리의 신용대출을 쓰는 중신용자 비중은 51.6%로 절반 이상이었다. 20% 넘는 경우도 13.5%에 달했다. 고신용자의 88.4%가 5% 미만 금리를 적용받은 것과 대조된다.

[자료=한국은행]

인터넷銀 취지무색?…중신용자 비중 11.9% 불과=중신용자ㆍ중금리 대출 확대를 위해 문을 연 인터넷전문은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래 취지와 달리 다른 은행들처럼 중신용자를 외면하고 고신용자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신용자 대출 비중은 8월 말 현재 11.9%로, 은행(17.5%)보다 낮았다. 고신용자 대출 비중은 87.5%로 되레 은행(78.2%)을 웃돌았다. 이로 인해 인터넷전문은행의 5% 미만 저금리 대출 비중은 82.5%로 은행(77.0%)을 상회했다.

금리를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금리(3.6∼5.59%)와 마이너스통장 금리(3.25∼5.50%)는 은행(각각 3.74∼6.41%, 3.53∼5.76%)보다 대체로 낮지만, 중신용자 대출금리는 되려 높게 나타났다.

[자료=한국은행]

3∼4등급의 신용대출 금리는 인터넷전문은행이 4.79%, 은행이 4.51%로 0.28%포인트 높았다. 5∼6등급의 경우에도 인터넷전문은행(6.19%)의 금리가 은행(6.13%)보다 0.06%포인트 비쌌다.

한은은 “출범 초기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 중 고신용자 비중이 높아 아직은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대출행태를 보이고 있지 않다”면서 “영업 초기 중신용자에 대한 신용정보의 축적이 부족하고 중신용자 관련 신용평가모델의 구축이 미흡한 점도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 취급 유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터넷전문은행은 4월 케이뱅크, 7월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달 말 여신규모가 2조2530억원까지 커졌다. 월평균 82.6%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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