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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자신감, 사상 첫 ‘쌍끌이 긴축’ 시동…“美 경제 회복세 견고”
뉴스종합| 2017-09-21 10:11
-10월부터 4조5000억 보유자산 점진적 축소
-옐런 “경제 전망 확신에 따른 것…낮은 물가는 미스터리”
-시장 영향은 낙관적…점진적 축소 부작용 등 우려도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다음달부터 보유자산 축소에 돌입한다고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인상을 시사하며 ‘쌍끌이 긴축’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특히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는 사상 처음으로, 최근 경기회복에 따른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서 회복됐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시장충격 완화 위해 점진적 축소…기준금리는 동결=연준은 일단 다음달 100억 달러 규모를 시작으로 향후 몇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자산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연준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 차원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유지해왔다. 이로 인해 금융위기 이전 1조 달러 미만이었던 연준의 보유자산은 4조5000억 달러(약 5083조 원)까지 늘었다. 보유 국채, 주택담보부채권(MBS)에서 나오는 이자와 원금을 일정액 이상은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산운용 규모를 ‘정상화’한다는 목표다.

다만 시장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자산축소를 할 방침이다. 우선 초기엔 매달 국채는 최대 60억 달러, MBS는 40억 달러까지 재투자를 중단한다. 1년 간 3개월에 한 번씩 한도를 늘려 국채 300억 달러, MBS 200억 달러 선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재투자 한도는 국채는 10월 31일, MBS는 10월 13일부터 설정된다.

기준 금리는 현행 1.00~1.25%로 동결했다. 이날 공개된 분기 경제전망 보고서 내 점도표(금리인상 전망을 담은 표)에서 연준위원 16명 중 12명은 연말까지 한 차례 더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말에 대한 기준금리 목표는 기존 2.9%에서 2.7%로 낮췄다. 이는 2018년 3차례, 2019년 2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 참석해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연준은 10월부터 보유자산 축소 개시를 발표하며 올해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옐런 “자산축소, 미 경제 전망 확신 따른 것”=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대차대조표(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한 이유는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고 실물경제에 대한 전망에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옐런 의장은 “최근 수개월간 일자리 증가세가 견고하고 실업률도 낮게 유지되고 있다”면서 가계지출 및 기업의 고정자산투자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2%에서 2.4%로 상향조정했지만, 2018년 물가 전망치는 2%에서 1.9%로 하향조정했다. 올해 식품ㆍ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이 목표인 2%에 못 미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기대도 낮은 데 따른 것이다. 통상 실업률이 하락하면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는 것과 배치되는 흐름이다. 옐런 의장은 “낮은 물가는 미스터리”라며 “이를 설명할 만한 요인을 지목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에 따른 영향도 논의됐으나 통화정책에 반영되진 않았다. 옐런 의장은 “허리케인으로 인한 붕괴와 재건이 가까운 미래의 경제활동에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중장기적으로 경제를 뒤흔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허리케인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한 어떤 경기부양책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자산축소 및 금리인상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밝혔다.

전문가 대체로 낙관 속 일부 우려도=연준의 자산축소 방침은 일찌감치 예상됐던 만큼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 영향을 낙관했다. 미국 3대 신탁은행인 노던 트러스트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칼 태넌바움은 이날 발표가 “연준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계획이라는 점에서 좋은 소식”이라며 “(대차대조표 정상화 과정이) 신중하고도 점진적인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월가 관계자 역시 “연준의 계획이 알려진 뒤에도 미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채권시장 역시 안정적”이라며 “투자자들은 연준은 물론이고 심지어 북핵이나 허리케인에도 휘둘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지나치게 ‘점진적인’ 자산 축소 과정이 되레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너무 큰 대차대조표를 유지하는 것은 또다시 경기침체가 찾아올 경우 연준이 이미 사용했던 전술을 다시 사용하는 걸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연준의 12월 금리인상 전망에 잠재적 위험성을 제기했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점도표대로 금리인상이 진행될 경우, 개인과 기업의 단기 부채 비용을 증가시켜 경기침체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닛크레딧의 함 밴즈홀드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경제 및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일반적인 불확실성 뿐 아니라 연말 의회 예산안 경쟁, 12월 8일 이후 연방정부 폐쇄 가능성, 파괴적 허리케인의 잠재적 충격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준 이사 공석이 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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