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하이닉스 도시바 인수 눈앞, 반도체 초강국 계기돼야
뉴스종합| 2017-09-21 11:11
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인수에 바짝 다가섰다는 소식이 반갑다. 도시바는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과 메모리 부문 매각 계약을 하기로 했다고 일본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최초 개발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부문 세계시장 2위(16.1%)의 회사다.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는 반도체분야에서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독보적인 세계 2위 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국가적으로도 ‘반도체 초강국’의 위상을 확실이 다질 수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때 마침 반도체 시장은 수퍼사이클(장기 호황)에 접어들고 있다. 더할 수 없는 호기다.

SK하이닉스는 인수를 마치더라도 장부상 지분은 없다. 지분 49.9%를 가지는 미국 헤지펀드 베인캐피털에 인수 자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15% 가량을 간접 보유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인수 효과는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기술의 해외 유출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일본내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물론 이렇게 해도 당초 목표한 낸드플래시 기술과 특허 양 날개를 확보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인수전 막판에 애플이 한미일연합에 가세한 것도 SK하이닉스로서는 잘 된 일이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메모리를 도시바에서 한해 10조원어치 가량 사가는 최대 고객이다. 낸드플리시는 없어서 못 판다지만 안정적 수요처를 동업자로 확보하면 글로벌 반도체 대전에서 한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의 추격을 한 걸음 벗어나게 된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중국이 한국과 일본 등에서 반도체를 사오는 데 쓰는 돈만 연간 260조원이다. 이를 만회하려고 중국은 정부가 나서 반도체 산업 진출을 주도하며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중국산 반도체가 양산될 전망이다. 두 나라간 반도체 기술 격차도 1~2년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로 그 기세가 일단 주춤해질거란 얘기다.

지난 6월에도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반도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도시바측이 웨스턴디지탈(WD)을 포함한 미일 연합으로 갑자기 변경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왔다. 인수 서류에 서명하기 전까지 어떤 돌발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다. 도시바 이사회 결정에 대해 SK하이닉스측이 공식 반응을 자제하는 것도 이런 기류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인수전을 마무리하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촘촘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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