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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웃게 한 文대통령 통역의 ‘센스’
뉴스종합| 2017-09-22 08:36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 영어통역사가 기지 넘치는 통역 ‘센스’로 심각한 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환하게 미소짓게 만들었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이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매우 개탄스럽다(deplorable). 나와 다른 사람들을 격분하게 하고 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웃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개탄스럽다는 말을 써줘 매우 감사하다”며 “제가 (문 대통령에게) 그 단어를 사용해 달라고 부탁한 것은 아니다”라며 주위를 둘러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개탄스럽다’는 단어는 통역사에 의해 영어 ‘deplorable’로 번역돼 미국 인사들에게 전달됐다. 이 단어가 실제로 이날 정상회담에 참석한 미국 인사들에게 전해지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deplorable’이라는 단어에 대해 “저에게는 행운의 단어”라고 말했다. 통역사가 단순한 단어 하나를 트럼프 대통령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단어 ‘deplorable’로 선택하면서 시종 엄숙하고 무거울 것 같았던 회담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년 전인 지난해 9월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이 단어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치열하게 경쟁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개탄스럽다’는 단어로 역전의 기회를 잡은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사용한 이 단어가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역풍을 불러 일으켜 오히려 트럼프 지지자 결집의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힐러리 클린턴 입장에서는 말실수였던 셈.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당시 뉴욕에서 열린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기부 행사’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절반을 개탄할만한 집단(Basket of Deplorable)이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백인우월주의’ 세력의 중심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 발언은 트럼프 지지자 집단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지며 역풍으로 작용했다. 힐러리 클린턴 측은 대선 이후 출간한 자서전에서 이 발언을 언급하기도 했다. 힐러리 측은 ‘개탄스럽다’는 단어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선물’이 된 셈이었다고 회고했다.

결국 문 대통령의 ‘개탄스럽다’는 단어를 센스 있게 ‘처리’한 통역사의 기지로 자칫 어두울 수 있었던 회담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을 마무리한 뒤 3박 5일간의 미국 뉴욕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22일 오후 서울 성남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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