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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잃어버린 30년, 마크롱의 실험
기사입력 2017-10-12 11:23 작게 크게
30대 젊은 대통령은 30년 묵은 고질병을 치료하겠다며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예상됐던 역풍이 불고 있긴 한데, 어쩐지 분위기가 심상찮다. ‘인기없는’ 대통령이 추진하는 ‘인기없는’ 노동개혁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출신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청년실업률을 20% 넘게 만든 이른바 ‘프랑스 병’을 고치겠다고 선언하며 지난 8월31일(현지시간) 노동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22일엔 이를 의회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행정명령으로 통과시켰다. 주요 유럽국가의 두 배에 달하는 10%의 실업률을 5년 안에 7%로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다. 최근 4년간 두 자릿수 실업률, GDP 성장률 30년째 2% 미만. 유럽 양대 경제 대국이라는 프랑스 경제의 민낯이다.

마크롱은 지난 5월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먼저 노동개혁에 팔을 걷어붙였다. 마크롱표 노동법 개정안의 핵심은 고용 시장의 유연성이다. 기업들이 근로자의 해고와 채용을 보다 쉽게 하고, 노동자들과 ‘직접’ 근로조건 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하는 것이다.

지나친 노동규제와 근로자 과보호가 프랑스의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고, 실업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판단에서다. 마크롱은 “지난 30년의 무능력을 털어낼 변혁이다. 개혁을 성공시키면 내 임기 동안 이 문제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기업인들은 “기업가들을 존중하는, 매우 강한 희망의 메시지”라고 두팔 들어 반겼다.

사실 노동 개혁은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등 이전 정부들도 추진했던 핵심 어젠다였다. 하지만 강성 노조들의 반발에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39세 젊은 대통령 마크롱은 달랐다. 정면 돌파를 택했다. 최근 지지율이 32%로, 취임 직후 60% 중후반에 비해 폭락한 상황이지만 개의치 않았다. “게으름뱅이들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며 경직된 노동계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비호감’ 대통령이 유권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비인기 종목인 ‘노동개혁’을 제대로 건드린 것이다.

노동자들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건 당연한 수순. 가장 먼저 프랑스에서 두번째로 큰 노동단체인 좌파계열 노동총동맹(CGT)이 총파업 투쟁을 했고 10일엔 공무원 노조들이 10년만에 총파업에 나섰다.

하지만 분위기는 예상과 좀 빗나간다. 최대 노동단체인 민주노동총동맹(CFDT)이 총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등 노조마다 온도 차를 드러내며 분열양상을 보이고, 공무원 파업 강도와 규모는 예상보다 미지근해 정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정도였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 IFOP 관계자는 “마크롱이 시위를 제압하고 정책을 밀어붙이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도 했다. 여론조사에선 프랑스 국민 52%가 노동법 개정이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답했고, 세부 법령으로 들어가자 더 많은 찬성 의견이 나왔다.

브루노 르메르 경제장관은 “유권자들은 30년간 대량실업에 신음하는 프랑스를 개혁해달라고 마크롱을 뽑은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마크롱의 친기업 노동개혁을 주목하고 있다. ‘유럽의 환자’ 독일 경제를 소생시킨 슈뢰더 전 총리의 하르츠 개혁처럼 마크롱이 프랑스판 ‘인기없는 성공’을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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