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단독][인터뷰]경찰병원장, 경우회 압력에 사표까지 제출
뉴스종합| 2017-10-13 08:45
-경찰병원 장례식장 현대화 사업 지켜내
-경우회, 원장 집 주변서 한달간 집회 신고
-“경찰청 실무자는 병원편…두어명이 압력”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경찰청 13일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이홍순<사진> 경찰병원장이 재향경우회의 경찰병원 현대화사업 압력을 견디다 못해 사표까지 제출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전ㆍ현직 경찰관 150만명 모임인 경우회는 박근혜 청와대로부터 이권사업 지원을 약속 받고 관제데모를 4년간 1700여차례 열었다.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본지 12일 단독보도 참고>

이 원장은 9월11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경찰병원에서 인터뷰 및 지난 12일 추가 전화인터뷰를 통해 경우회의 경찰병원 현대화 사업 진행중 받았던 압력에 대해 밝혔다.

경찰병원 홈페이지 캡처

이 원장은 “2015년 1월 경우회의 압력이 너무 심해서 사표를 들고 경찰청으로 들어갔었다. 경우회와 붙어서 싸울 때 경찰청은 한발 뒤로 빠져 있었다”고 했다.

이 원장은 “경찰병원을 절대 내줄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로 경찰병원은 내가 오기 전 직원들 월급도 못 주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나마 이익이 나는 사업(장례식장)을 경우회에 줄 수가 없지 않나. 그리고 두번째. 국립경찰병원은 국가 재산인데 이걸 어떻게 특정 단체에 사업을 하라고 주느냐. 세번째, 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곳인데 정문에 들어오자마자 장례식장을 만들고 거길 거쳐서 병원에 들어오라고 하느냐. 절대 안된다고 버텼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어 “대다수 경찰청의 실무자들은 경찰병원 쪽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를 해줬다. 경찰병원 직원들도 힘을 보탰다. 그런데 경찰 고위직 중 일부, 특히 두어명은 경우회의 입장에서 압박했다. 경우회 측은 ‘경찰병원장 이상한 놈을 앉혔다’며 경찰청 고위 관계자들한테 욕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경찰 고위직은 ‘경찰병원 그거 넘겨줘 버리지 버텨서 여러사람 괴롭히나’ 하고 속으로 욕도 많이 했을 것이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은 일을 못하겠다라는 생각에 사표를 들고 경찰청에 들어가 당시 청장을 만나겠다고 했으나 (문제가 더 커질 것을 우려한) 고위직이 사표를 반려했다”고 했다.

더민주 김영호 의원실 제공

경우회는 이에 이홍순 경찰병원장의 서울 서초구 자택 주변에서 ‘경찰병원 현대화사업을 지연시킨 경찰병원장 규탄 집회’를 2015년 11월 한달 내내 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

경찰청이 2016년 10월 25일 생산한 ‘경찰병원 장례식장 관련 진행사항 보고’에 따르면 “병원장은 협의가 장기화 되면서 초반 제시한 수정안(案)도 철회하고 경우회안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강경입장으로 선회”했다며 “경우회 제안대로 할 경우 배임죄 성립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확신”에 빠졌다고 했다.

이어 “경우회는 사업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병원과 경찰청에 책임을 돌리면서도 공개적인 불만표출이나 집단행위를 하지 않은 채 관망 중”이라고 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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