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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한국지엠②]적자 쌓이는 동안 GM본사 이익 2배 증가…이전가격, 고리대 의혹
뉴스종합| 2017-10-13 10:55
- 수출 많은 한국지엠, 낮은 가격 상품 공급
- 6년간 자동차 판매 50% 증가한 GMIO, 이익 반토막
- 자동차 판매 38% 늘어난 GM북미는 이익 2배 증가
- 5% 고금리, “아버지가 아들에게 과하게 이자 물린 모양새“


[헤럴드경제=박도제ㆍ정태일ㆍ박혜림 기자] 한국지엠의 재무 건전성 악화가 GM 본사의 글로벌 사업 재편에 따른 ‘의도된 부실’이라는 의혹은 예전에도 가끔씩 제기됐었다. 실제로 지분 17%를 보유한 산업은행 역시 GM의 이전가격 등을 우려해 매출원가명세서와 같은 자료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명확한 자료를 제출받지 못하면서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다. 한국지엠도 GM본사의 원칙에 따라 구체 수치를 대외비로 하고 있어 관련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그 중 하나가 GM과 한국지엠 사이의 이전가격 문제이며, 또 차입금에 대해 매우 높은 이자를 적용하고 있는 부분이다.


짙어지는 이전가격 의혹= GM 본사의 의도된 부실 의혹을 키우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전가격’ 문제이다. 이전가격이란 해외에 있는 자회사와 원재료 또는 제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가격을 말하는데, 다국적기업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자회사로부터 상품 가격을 낮게 공급받으면, 그 만큼 본사는 이득을 얻게 된다.

한국지엠의 경우 매출의 60%가 GM관계사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 한국지엠이 이들에게 제품 가격을 낮게 공급하면, 한국지엠의 수익성은 악화되지만 GM본사 및 관계사들은 적지 않은 수익을 누릴 수 있다.

이전가격 의혹 해소를 위해서는 한국지엠이 GM관계사에 공급하는 반조립제품 등의 공급가격과 실제 생산원가 등이 공개돼야 하는데, 대외비라는 이유로 주요주주인 산업은행조차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한국지엠 투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한국지엠 측에) 제조원가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제공할 의무가 없다면서 주지 않았다”면서 “통상 재무분석할 때 기업 명세서를 요구하면 제공하는데, 이 회사는 외국계라 통제가 심하다. 재무재표만 준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측은 산업은행이 요구한 자료는 모두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설명이 엇갈리지만, 이전가격 의혹에 대해 합리적으로 의심할만한 정황은 상당하다.

우선 GM의 연말보고서 성격인 ‘Form 10K’에 따르면 북미 지역의 경우 2010년 56억달러를 기록한 이자 및 세전이익(EBIT)이 2016년에는 120억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그 동안 한국지엠이 속한 GM해외사업부문(GMIO)은 2010년 22억6200만달러에서 2016년 11억35만달러로 이익이 반토막 났다.

북미지역의 가파른 이익 증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 해당지역의 자동차 판매 증가가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 북미지역 자동차 판매는 38% 증가에 그친 반면 이익이 줄어든 GMIO는 같은 기간 판매가 49.3%나 늘었다. 판매가 급격히 늘어난 지역의 수익은 줄고, 오히려 그보다 적게 늘어난 지역의 수익은 배나 증가한 셈이다.

이 같은 지역별 이익과 자동차 판매 추이의 엇박자와 관련해 서울대에서 GM유럽과 한국지엠 사례를 연구한 황현일 박사는 “이 부분은 그동안 GM의 자회사 노조 등이 제기해온 이전가격 의혹이 합리적으로 의심할만한 근거가 있음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지엠은 2013년 이전가격 등이 문제되면서 국세청에 273억원의 추징금을 물기도 했다.


만성적자 키우는 고금리 차입금= 한국지엠 만성적자의 중심에는 미국 GM홀딩스에 지급하는 높은 대출이자도 한 몫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지엠의 지난 4년간 연결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지엠은 미국 GM홀딩스로부터 총 2조4033억원의 원화대출금을 차입했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1조8875억원은 5.3%의 이자율이 적용됐고, 나머지 5158억원은 4.8%가 적용됐다.

5%대 이자율은 바른정당 지상욱 의원도 지적했듯이 국내 완성차업체의 통상 차입금 이자율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현대차는 1.49~2.26%, 기아차는 0.19~2%중반, 쌍용차는 0.3%~3.51% 정도의 이자를 부담한다. 한국지엠과 같이 외국계 자본이 지배하는 르노삼성자동차는 무차입경영으로, 지분출자만 하고 당기순이익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외화차입금에 대한 이자율도 리보(LIBOR)+300bps 등 5%대에 이르러 타 국내 완성차업체보다 2배 가량 높다. 한국지엠의 적자에 과도한 대출이자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GM홀딩스에서 차입하던 시기는 산업은행이 보증을 섰던 신디케이트 론(Syndicaded Loan)의 만기가 도래하던 상황이었다”면서 “당시 한국지엠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연장이 거부되며 지엠 본사에서 대규모 차입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5.3%라는 이자율도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업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라며 “외화차입금의 이자율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반적인 시중은행 차입과 달리 한국지엠은 본사와만 거래를 하고 있다”면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과한 수준의 이자를 물린 모양새지만 본인들끼리 합의를 봤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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