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세상읽기]노후 절벽 8년반이나 된다는데…
뉴스종합| 2017-10-13 11:27
‘8.5년’

한국인의 기대수명(83.1세)과 행복수명(74.6세)의 차이가 이 정도라고 한다. 생명보험사회공원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행복수명 국제비교 연구’ 결과가 그렇다. 행복수명은 신체적 건강과 원만한 가족관계, 경제적 여유, 여가생활, 사회적 활동 등을 기반으로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기간을 말한다. 다시 정리해보면 이런 얘기가 된다. 한국인은 평균 83세까지 산다. 그런데 마지막 8년 반 가량의 노후 절벽 기간이 문제다. 건강악화와 경제적 빈곤 등으로 고달픈 나날을 보내다 생을 마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게 노후 준비의 관건인 셈이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고령화가 많이 진척된 일본은 이 ‘불행의 세월’이 9.5년으로 한국보다 조금 더 길다. 하지만 함께 조사한 영국(5.7년), 미국(4.3년), 독일(4.2년) 등은 우리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만큼 우리의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최현자 서울대 교수는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금융ㆍ연금자산을 늘려 안정적인 노후 소득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늙고 병들기 전에 현금성 자산을 많이 준비해 두라는 말이다.

준비된 장수시대라면 100세가 아니라 200세까지 산다고 한들 어떤가. 하지만 늙고 병든 것도 서러운데 돈도 없이 불행의 시간만 길어진다면 그건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그 가능성을 계량화 해 적시한 것만해도 위 연구의 의미와 시사점은 적지 않다. 한데 고령화시대에 대비한 우리의 사회적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더디고 빈약하기 짝이 없다.

최후의 보루라 할 국민연금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1인 1국민연금 체계를 구축하겠다지만 이것만으로는 노후 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신규 수급자가 받는 연금은 최소한의 개인 기준 노후 생활유지에 필요한 금액(104만원)의 절반(52만3000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평균이 그런 것이지 전체 수급자의 절반 가량은 월 30만원도 안되는 연금을 지급받고 있다.

그렇다고 사적연금이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사적연금 가입율은 23.4%에 지나지 않는다. 독일(71,3%)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47.1%), 영국(43.3%)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퇴직연금 도입 비율 역시 대상 사업장의 10%대에 머물고 있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대비가 충분치 않다면 사적 개인연금으로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적극 역할을 해야 한다. 관련 세제 혜택을 획기적으로 늘려 한 명이라도 더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그나마 알량한 혜택마저 박근혜 정부 당시 슬그머니 줄였다. 그런다고 재정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공을 넘겨 받은 문재인 정부도 이런 사정을 훤히 알고 있을 것이다. 세금 혜택을 많이 줘 개인연금 가입자가 많이 늘어난다면 결국 정부의 노인 부양 부담도 그만큼 짐을 덜게 된다. 그게 모르긴 해도 세제 지원으로 인한 세수 부족분 정도는 메우고도 남을 것이다. 밑지는 장사가 아니니 한번 해 볼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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