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특별기고-배기표 국제통상전문 미국공인회계사 ㆍ경제평론가]한미 FTA 재협상전략 가이드라인
뉴스종합| 2017-10-16 11:35
지난 10월 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한국과 미국은 FTA의 취지인 양국 호혜성 강화를 위해 사실상 FTA 개정협정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미국 행정부에서는 한미 FTA 폐기의 검토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트럼프는 현재 FTA 불균형을 미국경제의 부정적 위험상황으로 과장해 해석하는 리스크 데믹(RISK DEMIC)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즉, 한미 FTA 재협상은 실체적 무역수지의 진실과는 달리 자신의 정치적 포지션을 강화시킬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도구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정부가 8월에 제안한 한ㆍ미 FTA 효과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에 대한 공동조사와 같은 지엽적 노력은 미국측으로부터 구조적으로 그 어떤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협상전략을 세워야 할 것인가? 첫째, 우리의 새 협상목표를 단순히 지금처럼 우리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FTA 유지가 아닌, 최초 FTA 체결 목적에 부합하는 상호 이익의 강화에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보다 당당하고 평등한 입장에서 재협상이 가능할 것이며, 서로의 이익을 적절히 보전하는 선으로 FTA 유지 합의가 될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즉 한국도 지나친 손실을 본다면 FTA 파기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력히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상대국 수입시장 내 점유율은 2016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은 미국내 3.19%에 불가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권은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로 상징되는 국정운영 목표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서, 특히 자국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는 범위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한미 FTA 폐기 카드를 만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FTA 재협상에 따른 우리의 잠재적 손실액을 면밀히 분석 및 예상하고, 그 손실이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준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재협상을 통해 미국은 자동차 관세율을 현행 0%에서 상향조정할 것이며, 철강은 반덤핑관세나 상계관세 적용 확대 등을 시도할 것이다. 또 서비스산업 개방 확대와 에너지부문의 추가협정도 요구할 것이다. 분석과정에서 미국측 요구가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면, 우리 역시 FTA를 유지할 의미가 사라지게 되면 과감히 폐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만약, 양측 이해관계의 접점이 모아져, 협상과정에서 양국이 FTA의 유지에 대해 합의가 이뤄진다면, 합리적 범위 내에서 재협상의 내용이 정해질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도 우리는 농업 등 우리 산업의 보호에 당당히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협상은 서로의 내면적 욕구를 알아내어 상호 만족시켜 줄 수 있을 때, 타결될 수 있다. 미국의 내면적 욕구를 정확히 읽어야 하며, 이에 대해 우리의 적정 이익을 보전하면서 맞춰줄 수 있는지를 적극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규모와 국제정세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재협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FTA의 본질과 취지를 지키겠다는 원칙주의적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