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돈 떼일라”…은행들 국책금융기관 지원 사실상 중단
뉴스종합| 2017-10-17 11:28
출연금 부실에 사고확률 높아
무역·선박금융 사실상 중단
부실운영 탓…국민부담 커져


은행들이 정책금융 지원이나 선박금융 대출 등을 위한 국책금융기관에 대한 지원을 사실상 중단했다. 은행들의 지나친 위험회피일 수 있지만, 국책금융기관들의 방만경영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역보험기금에 대한 민간 금융기관의 특별출연금은 2013년 1130억원에서 2014년 480억원, 2015년 100억원으로 급감했다. 급기야 지난해부터 올 8월까지는 민간출연 실적이 전무했다.

은행별로 보면 KEB하나은행은 2013년 700억원, 2014년 100억원, 2015년 100억원을 제공한 뒤 출연을 멈췄다. KB국민은행은 2013년 160억원, 2014년 100억원을, 신한은행은 2014년 80억원을 출연한 후 추가 투입하지 않았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기업은행 조차 2013년 270억원, 2014년 200억원을 끝으로 출연하지 않고 있다.


결정타는 지난 2014년 모뉴엘 사태다. 이후 이어진 공사와 은행 간의 소송 공방이 벌어졌고, 은행들은 출연을 중단했다. 2011∼2015년 민간 금융기관의 출연금은 총 2310억원이지만, 이 기간 특별출연 협약보증에 따른 손실은 3600억원에 달한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손실액이 1876억원으로 출연금(900억원)의 2배를 넘었다. 공사의 경영이 어려워지면 정부나 국책은행 등이 공공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국민부담인 셈이다.

선박금융 대출도 비슷하다.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조선업계의 대출 수요는 높아졌지만 은행들은 오히려 대출을 더 조였다.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제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시중은행들은 발을 빼고, 그 빈자리는 모두 국책은행들이 채웠다.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선박금융대출 잔액은 2012년 말 14조9105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1조700억원으로 41.3% 증가했다. 수출입은행(7조5543억원→13조1707억원)과 산업은행(32조8090억원→5조5204억원) 등 국책은행이 대출을 크게 늘린 덕분이다.

반면 시중은행의 선박금융 대출규모는 2012년 말 3조5472억원에서 올 6월 말 2조3795억원으로 32.9%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전체 선박금융대출 시장에서 시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23.8%에서 11.3%로 축소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부실을 키우지 않았더라도 이처럼 선박금융을 줄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나친 위험회피라기 보다는 위험관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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