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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황용 사부님, 저를 제자로 거둬주세요
기사입력 2017-10-18 11:13 작게 크게

#1. 강호 최고수의 무예 대결, 의리와 배신, 정의와 탐욕이 뒤섞이며 인간사 온갖 흥미로움을 주는 무협지. 그 중의 압권인 사조영웅전 한 장면. 순박하다못해 어벙벙하지만 정의감에 불타는 곽정, 그런 곽정을 사랑하는 절세미녀 황용. 개방방주 홍칠공을 만난 황용은 곽정을 제자로 받아달라고 간청하지만, 홍칠공은 “함부로 제자를 들이지 않는다”고 거절한다. 개방 무술 비법을 얻게 해 곽정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은 황용. 그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바로 요리 솜씨. 맛좋은 음식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홍칠공에게 도화도 옥적수가청락매, 잉어 요리 등은 거절할 수 없는 절대적 유혹이다. 황용 요리에 길들여진 홍칠공은 어쩔 수 없이 곽정에게 개방 무술인 항룡십팔장을 전수한다. 하늘이 내려준 요리 솜씨로 황용은 최고의 ‘내조’ 기술을 보여준다.

#2. 지금은 끝났지만, 삼시세끼 어촌 편에 출연했던 차승원. 요리에 관한한 ‘신의 손’을 자랑하던 그에겐 ‘차줌마’라는 별명이 붙었다. 양파, 미나리 등 식재료를 다듬는 것에서 통발에 걸린 장어 손질을 위해 칼과 망치까지 동원해 결국 능숙하게 장어 뼈를 제거하고 손질하는 모습에 주부들은 열광했고, 그를 ‘아줌마 대열’에 기꺼이 끼워준 것이다. 호감도 급상승은 요리를 통해 그가 얻은 ‘보너스’였다.

차승원? 별로 부럽지 않았다. 삼시세끼를 보면서 ‘저런 남자, 부럽다 부러워’를 연발하며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던 아내의 눈길에도 아랑곳 않았다. 차승원에게 매번 의문의 1패를 당하면서도 “텔레비전이니까, 방송용이니까 그렇겠지”라고만 치부했다. 아니,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지만 “황용 음식 배우라”고 하고 싶었다. 음식, 요리는 어디까지 내 영역 밖이라고 여겼다.

최근 고등학교 절친을 만났다. 남자다운 녀석이다. 대한민국에서 ‘남자답다’는 것은 가정에서 권위적이라는 뜻도 된다. 골프장 갈때도 아내가 옷을 챙겨주지 않으면 화를 내던 녀석이었다. “집에서 청소 한번, 설거지 한번 한적 없다”고 자랑하던 친구였다.

근데 그 친구가 달라졌다. 어느 주말, 우연히 볶음밥을 만들어 봤는데 아내며 아들 둘이 너무 좋아하더란다. 왠지 신이 나더란다. 최근엔 영역을 넓혀 회덮밥까지 가족에 서비스(?) 했단다.

“너도 해봐. 집 분위기가 좋아지더라. 내가 요리할 줄 나도 상상도 못했어.”

자세한 내막이야 모르겠지만, 녀석의 권위(?)에 지친 아내가 어느날 폭발했고, 화해책으로 ‘요리’를 택한 것 같은 짐작은 든다.

남얘기 같지 않다. 내게도 “요리 한번 해봐”라는 아내의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 며칠전만해도 그랬다. 케이블TV에서 방송하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한참 보던 아내가 한마디 던진다. “저런 셰프들하고 사는 여자는 얼마나 좋을까, 맛있는 요리 매일 해줄 것 아냐?”

사람 간(?) 보는 낚시성 멘트엔 대답을 잘해야 하는 법이다. “그럴리가? 개그맨이 집에 가서 아내를 상대로 웃기는 것 봤어? 셰프도 집에 가면 아내가 해주는 음식을 먹을 거야.”

“……………”

금세 말문을 닫는 아내를 보니, 죽기전까지 요리를 피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확 밀려온다.

황용한테 제자로 받아달라고 한번 청해봐?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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