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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부동산 대책의 그림자
기사입력 2017-10-31 11:31 작게 크게

문재인 정부 들어 연일 강도 높은 부동산대책이 나오고 있다. 6·19 대책에 이어 8·2 대책, 9·5 대책을 잇따라 내놓은 데 이어 10ㆍ24 가계부채종합대책까지 등장했다. 그동안 나온 대책의 초점은 대체로 투자 또는 투기주도의 시장을 실수요자 시장으로 바꾸는 데 있다.

투기 차단은 적시성이 중요하다. 지금은 낮은 금리와 저성장으로 유동성이 넘쳐나는 반면 마땅한 대체 투자 수단이 없어서 부동산 선호도가 꼭지점에 이르렀다. 굶주린 맹수처럼 먹거리를 찾던 뭉칫돈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몰리면서 집값 급등의 진앙지가 돼버렸다. 이 때를 놓치면 호미 대신 가래로 막아야 할 시점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 대책은 시기적으로 적절했다고 본다.

역대 부동산 대책은 크게 보면 한 정부가 규제하면 두 정부가 규제를 풀어 주는 방식이었다. 문재인정부가 “하늘이 두쪽 나도 집값만은 잡겠다”, “빚으로 집 사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갔다”고 단언하고 있지만 부동산 정책은 정권의 색깔과는 크게 상관없이 냉·온탕을 오갔다. 집값은 선악ㆍ정의 문제 이기 보다 경기ㆍ금리ㆍ소득에 영향받는 경제 현상인 까닭이다.

만물의 이치가 그러하듯 부동산 시장도 순환한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규제 위주의 현 정부 대책이 몰고올 후유증과 부작용을 면밀히 살펴 그 속도와 강도를 조절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일련의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 평균 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하겠지만 양극화는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을 봐야 한다. 자산가들은 이전보다 쉽게 서울 강남권 등 인기 지역의 고가 주택을 구입할 가능성이 크다. 빚 부담이 큰 다주택자도 마찬가지다. 미래 자산 가치가 큰 알짜 자산을 남겨 두고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낮은 주택부터 내놓을 것이다. 결국 강남처럼 소비자들에게 인기 많은 지역의 주택 가격만 더 오를 수 있다.

잇단 규제책이 되레 중산층ㆍ서민 가계의 자산가치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염려된다. 예를 들어 임대수익으로 노후를 살던 베이비부머가 대출 이자 등의 압박을 받으면 핵심 주택만 남겨 두고 서울 외곽 주택부터 정리할 수 있다. 매물이 쌓이면 주택 값은 떨어진다. 대출 받아 서울 외곽의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은 이 여파로 자산가치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다음달로 예고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서민의 빚 부담은 가중되고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어 자칫 ‘거래 빙하기’를 맞을 수 있다. 자산가 보다 중산층ㆍ서민이 더 큰 타격을 입는 ‘규제의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역대 정부의 경험칙상 부동산 정책의 기본은 공급 확대 가능성을 항상 열어둬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닫아두면 언젠가 규제를 풀 때 위험이 한꺼번에 닥친다. 일반 상품과 달리 집은 가격이 오르더라도 바로 공급할 수 없다. 우선 기존 주택의 재고가 소진돼야 하고, 주택사업자가 최소한의 이익을 챙길 수 있을 때 신규 공급이 가능하다. 이처럼 가격 상승 시기와 공급 시점 간의 차이 때문에 투기가 일어난다. 공급이 투기를 최소화하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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