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칼럼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개가 사람을 물어도 뉴스다!
뉴스종합| 2017-11-08 11:31
대학에서 뉴스론을 가르칠 때 생각이 난다. 뉴스를 선택하고 크기를 결정하는 기준이 있다. 교과서 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0여 가지쯤 된다. 그중 하나가 이상성(unusualness)이다. 일상에서 벗어 난 특이한 사안은 뉴스가 된다는 것이다.

최초(the first), 마지막(the last), 단 한번(the only)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이상성을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고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다’라는 추임새가 뒤따른다. 사실 개는 무는 것이 본능이란다. 그렇기 때문에 19세기 중엽 상업신문 활성화를 주도했던 찰스 다나(Charles Dana)는 이렇게 설명한 모양이다.

다른 하나는 저명성(prominence)이다.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뭍사람들의 관심과 흥미의 대상이다.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 인기인들의 옷차림, 먹는 음식 등이 뉴스로 등장하는 이유다. 많은 국민들이 이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성은 뉴스를 만든다(name makes news)‘고 얘기한다.

얼마 전 인기 연예인의 애완견이 유명 음식점 주인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물어 사망한 사건이 서울 강남에서 발생했다. 연예인과 유명 식당 주인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상성보다는 저명성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생각한다. 개에 물린 사건이 숱하게 많았지만 대부분 일어날 수 있는 것 쯤으로 덮어져 왔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우선 개 주인이 인기 가수/배우이고 물린 사람도 큰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이다. 더구나 개에 물린 후 1주일 남짓 후에 세균에 감염되어 사망에 이르렀다. 한집 건너 애완견을 기르다보니 그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인지 미디어들은 많은 시간, 큰 지면을 할애하여 이 사건을 크게 알렸다. 정부도 법을 손질하거나 새 법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큰 난리가 난 듯이 온 나라가 ‘개 사고’로 떠들썩하게 한 주를 보냈다.

우리말에 이런 표현이 있는지 모르지만 견권(犬權)이라는 희한한 단어를 쓰면서 사람 문 개의 뒤처리를 언급하는 신문도 있고 ‘예절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방송도 있었다. 동물에게 예절이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쓴 웃음을 짓기도 했다. 길들이, 조련 혹은 훈련이지 예절교육이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또 견권도 아리송하다. 오히려 동물주인들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교육하는 것이 더 급하다.

집 밖에선 남에게 불편이나 피해를 주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애들에게나 할 소리이다. 입마개를 해야 한다든가 배변 뒤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말 할 필요조차 없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새삼 문제가 된다면 우리의 공동생활 규범이 얼마나 유치한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지! 또 이런 일로 온 나라가 와글와글하는 모습을 보면서 얇고 가벼운 우리 삶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개가 사람을 물어도 큰 뉴스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