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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드로잉을 ‘보조’라 부르는가…드로잉 전성시대
기사입력 2017-11-13 11:31 작게 크게
금호미술관 ‘B컷 드로잉’
10명 작가 드로잉의 동시대 확장성 조명

누크갤러리 ‘The new world’
김태헌ㆍ캐니 2인전…사색도구로 드로잉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미완성, 보조적 수단, 밑그림…. 전통적 미술에서 늘 뒷전이던 ‘드로잉’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시가 한창이다. 드로잉을 재조명하는 건 딱히 새로운 일은 아니다. 1960년대 개념미술작가들이 자신의 개념을 설명하는 유용한 방편으로 드로잉을 활용하면서, 현대미술의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드로잉만을 탐구하는 전시가 늘어난 데는 ‘대상을 표현해내는 방법이자 작가들의 사고와 논리를 형상화하는 가장 중요한 매체’라는 평가도 한 몫을 한다.

서울 삼청로에 위치한 금호미술관은 ‘B컷 드로잉’이라는 주제 아래 드로잉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런가하면 북촌의 누크갤러리는 화가들의 ‘사색 도구’로 드로잉을 조명한다. 

 

지니서_Wandering Still-Cascade, 2016, 장판지, 가변크기 [사진제공=금호미술관]


드로잉으로 만난 동시대미술의 확장성…금호미술관 ‘B컷 드로잉’= 주로 패션업계에서 사용하는 언어인 ‘B컷’을 전시 주제로 제시한 금호미술관의 기획전 ‘B컷 드로잉’은 늘 ‘B컷’으로 취급되는 드로잉의 미적 가치와 동시대적 양상을 탐구한다. 완벽한 ‘A컷’과 달리 ‘B컷’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꾸미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은 가감되지 않은 에너지를 표출한다. 금호미술관 측은 “과거에는 드로잉이라고 하면 회화나 조각의 미완성 단계, 습작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오늘날은 더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존재로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전관을 활용하는 이번 전시엔 노상호, 문성식, 박광수, 백현진, 심래정, 이정민, 이해민선, 장종완, 지니서, 허윤희 등 10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전시장 한 켠을 차지한 작가들의 드로잉에 대한 아이디어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드로잉을 3차원으로 선보이는 지니서 작가는 어린시절 지냈던 한옥에서의 기억을 장판지를 활용해 제작했다. 자르고 구부려 ‘설치’한 장판지는 스케치북에 자유롭게 그린 드로잉이 입체로 튀어나온 듯한 인상을 준다. 

이해민선_가로수, 2017, 가로수 프로타주, 종이에 연필, 각 40x40cm [사진제공=금호미술관]

심래정, 고자질하는 심장, 2016, 확산지 위에 페인트 마카, 가변크기 [사진제공=금호미술관]


이해민선은 가로수의 초상을 그렸다. 인간과 가장 가까이 사는 나무인 가로수엔 인간의 흔적이 가득하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칼로 새겨넣기도 하고, 광고판으로도 활용된다. 그런 흔적들을 탁본하듯 채취해, 인격을 부여한 초상으로 그려냈다. 백현진은 전시장 합판에 스프레이 래커로 낙서하듯 ‘웃기시시네’라는 문구를 뒤집어 썼고, 심래정은 식인이나 살인하는 모습을 강렬한 터치로 표현한 ‘식인왕국시리즈’를 선보였다. 목탄, 먹, 아크릴 부터 장판지까지 매체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드로잉은 동시대 미술의 확장성과 만나 그 폭발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12월 31일까지.

드로잉으로 만나는 새로운 세상…누크갤러리 ‘The new world’=화가 김태헌(53)과 태국작가 케니(44ㆍ위타야 스리무앙)에게 ‘드로잉’은 사뭇 특별하다. 둘을 이어준 존재이자, 북촌 전시장까지 오게 된 매체이기 때문이다. 

김태헌_밤의 정원-우주인_30x32cm_종이에 혼합재료_2017 [사진제공=누크갤러리]

김태헌_밤의 정원-우주인_30x32cm_종이에 혼합재료_2017 [사진제공=누크갤러리]

케니_333 coffee time_15x15cm_종이에커피_2015.[사진제공=누크갤러리]

케니, 333 coffee time, 15x15cm, 종이에커피, 2015 [사진제공=누크갤러리]


김태헌은 몇 년 전 동남아 여행길에서 케니를 만났다. ‘놀자’는 생각으로 떠난 여행이라 특별한 선물을 주지는 못하고 가지고 다니던 드로잉북을 케니에게 선물했다. 태국 대학에서 그림을 전공한 케니는 주말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초상화를 그려주고, 잡지에 글과 그림을 연재하고, 여행가이드를 자처하고, 작은 카페테리아를 운영하면서 틈틈히 그림을 그렸다. 따로 짬을 내기 어렵고, 물감을 구하러 갈 시간도 없어 새벽 2~3시에 일어나 커피로 그날 그날 일기를 쓰듯 그림을 그렸다. 1년이 지나 333장의 드로잉이 쌓였다. 케니에게 이들은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이자,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활용했던 증거에 다름아니다.

그런가 하면 김태헌의 드로잉은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쓸모 없어진 병풍그림을 밑 본으로 필요한 부분만 남겨놓고 까맣게 지워나간 민화풍의 그림은 익숙하면서도 생경하다. 까만 공간엔 우주인으로 변한 작가가 동동 떠다닌다. 병풍그림이라는 과거와 우주인으로 상징되는 미래가 만나는 ‘초 현실적’ 드로잉이다. 모든 것이 너무 빨리 사라지고 잊혀지는 현대사회에서 병풍그림은 김태헌의 ‘새로운 시선’과 만나 또 다른 생명력을 얻었다.

전시를 기획한 조정란 누크갤러리 디렉터는 “우연한 만남이 인연으로 이어저 그림으로 전시까지 하게 됐다. 김태헌 작가의 작품이 ‘낮에 보는’ 세상이라면, 케니의 작품은 ‘밤에 보는’세상이다. 속세에서 시작된 그림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월 17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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