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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칼럼-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달라진 거리문화, 에티켓이 필요
기사입력 2017-11-14 11:41 작게 크게

7,80년대 거리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물결이 넘실대는 공간이었다. 일 중심 사회는 그래서 거리 혹은 길 자체를 이동 수단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 차가 좀 더 빨리 갈 수 있게 더 많은 도로를 뚫거나 확장하는 일이 거리 곳곳에서 펼쳐지던 것이 당대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거리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도로가 일괄적으로 밀어내고 뚫어버린 길들이 사라지게 만든 ‘골목길’에 대한 향수가 오히려 새로운 상권을 만들어냈다. 가로수길로부터 파생된 골목길 문화는 연남동길, 경리단길, 망리단길 등등 동네마다 골목길들의 전성시대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골목길로 몰려들었고 새삼 부동산이 들썩이면서 월세를 버티지 못하고 원래 있던 이들이 떠나게 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의 양상이 전국에 걸쳐 벌어졌다. 물론 자본의 힘이 이러한 소소해서 더 소중해지는 골목길까지 들어왔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사람 냄새나는 거리가 골목길 문화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긍정적인 일이다.

그저 지나치던 길이 사람이 모이고 거닐고 머무는 공간이 되면서 거리는 새삼 공유공간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했다. 그것은 누군가의 전유물일 수 없는 그 공유공간이 갖추어야 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새삼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길거리 흡연의 문제는 ‘금연 캠페인’의 일환으로서 이슈가 된 바가 크지만, 무엇보다 더 큰 것은 이러한 공유공간으로서의 거리에서 비흡연자들에 대한 당연한 예의로서 법적으로 제재의 대상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보란 듯이 담배를 물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과거 거리 어디서든 피어나는 담배연기가 이제는 생소한 그림이 되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반려동물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서면서 거리의 달라진 풍경은 이들을 포함하기 시작했다. 이제 거리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이들을 보는 일은 흔한 일이 되었다. 이러면서 반려동물과 동반하는 이들이 지켜야할 에티켓, 즉 펫티켓 문제가 불거졌다. 반려견의 용변을 제대로 치우지 않아 거리를 지나는 다른 행인들의 불편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그보다 더 심각한 반려견에 물려 상해를 입는 사건 같은 일도 벌어졌다.

최근 벌어진 최시원씨의 반려견에 물려 이웃이 사망하는 사건은 새삼 펫티켓의 문제를 이슈화했다. 이 사건 이후 거리에서는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이들과 말다툼이 폭행사건으로 이어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반려견과 외출을 할 때는 당연히 목줄을 하고, 대형견의 경우는 입마개를 하는 게 펫티켓일 수 있지만, 반려동물의 가족들 중에는 “우리 개는 순해서 물지 않는다”는 식으로 이를 지키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쨌든 우리에게 새로운 가족의 하나로 들어오기 시작한 반려동물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은 사라져야 하지만, 이에 따라 거리라는 공유공간에서 지켜야할 펫티켓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일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일이 되었다.

길거리 공연은 거리의 또 다른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버스킹이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풍경은 거리에 문화를 입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많다. 하지만 최근 공연 도중 관객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어 이른바 ‘홍대 머리채남’이라는 제목으로 SNS를 뜨겁게 달군 빗나간 거리 공연의 단상은 버스킹에는 일정한 예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걸 보여줬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버스킹은 길거리 소음의 측면에서 충분한 양해가 필요한 문화다.

길거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 살아난 길거리가 모두가 함께하는 공유공간이라는 걸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거리 문화만큼 필요해진 것이 거리 에티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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