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IMF 외환위기 20년, 무엇이 달라졌나
뉴스종합| 2017-11-14 11:43
국민의 절반 이상(57.4%)이 근대화 이후 한국 경제의 최대 악재로 ‘97년 IMF 환란’을 꼽았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14일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발표내용은 그리 놀라울 게 없다. 응답자의 39.7%가 ‘본인, 부모, 형제 등의 실직 및 부도를 경험’했고, 64.4%가 ‘경제위기에 따른 심리적 위축’을 느꼈으니 전쟁이 아니라면 이보다 심한 위기는 없다.

외환위기의 원인을 ‘외환보유고 관리, 부실은행 감독 실패 등 정책적 요인(36.6%)’, ‘정경유착의 경제구조 등 시스템적 요인(32.8%)’으로 보는 것도 올바른 평가다.

20년전 IMF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세계화,글로벌화 속에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보던 한국경제는 하루아침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며 파산했다.주가지수는 651.22에서 376.31로 반 토막이 났고 달러 환율은 달러당 844.20원에서 1415.20원으로 치솟았다. 실업자는 불과 1년 사이에 30% 증가했고 대우 쌍용 동아 등 19개의 그룹이 해체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물가는 치솟고, 은행 이자율은 20%를 넘나들었다.

이랬던 성적표가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한때 70억 달러까지 줄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현재 3844억 달러로 늘었다. 주가지수인 코스피는 2500선을 넘어 3000포인트를 기대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은 투기 등급 수준인 B+에서 AA가 됐다. 일본보다도 높다. 경상수지는 67개월째 흑자 행진이다.

그런데도 국민 대부분은 IMF로 인해 ‘일자리 문제 및 소득격차’ 등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ㆍ사회적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본다. 금모으기 등 전 국민이 일치단결해 IMF의 위기를 극복했지만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보는 셈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 중소기업인 10명 중 7명은 실패한 기업이 재기할 수 있는 재도전 환경이 20년 전 외환위기 시절보다 나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얘기다. 역시 당연한 판단이다.

98년에도 55만명에 불과했던 실업자 수는 지금 자그마치 ‘100만명’이다. 청년 5명 가운데 1명이 ‘백수’ 신세다. 그건 ‘결혼 기피’의 원인이 되고 ‘저출산’에 영향을 준다. 포화상태인 자영업자도 위기다. 1997년 경제성장률은 떨어졌다해도 5.9%였다. 지금은 3%를 달성했다고 좋아해야 할 판이다. 게다가 한국은 상위 10%가 소득의 절반을, 상위 1%가 전국 토지의 반을 차지한 나라가 됐다. 청소년들은 부모의 능력이 자신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신세습사회다. 한국은 지금 불만으로 가득한 불안한 나라다.
외환위기의 근원인 한국 사회의 구조적 요인은 개선돼지 않고 있다. 급한 심장 발작 위기를 인공호흡으로 넘겼지만 당뇨병과 같은 질환이 만성화돼버린 셈이다.

조사에서는 지금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로는 ‘일자리 창출 및 고용안정성 강화(31.1%)’,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신뢰 구축(32.7%)’, ‘저출산 및 고령화 대책 마련(32.5%)’ 이라고 답했다. 역시 국민들은 답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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