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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초대형투자은행’의 실체
기사입력 2017-11-14 11:43 작게 크게

‘초대형 투자은행’

이름이 애매하다. 지금이 ‘초대형(超大型)’이면 앞으로 ‘울트라(ultra)’, ‘메가(mega)’가 등장할 지도 모르겠다. 투자은행이라면서 일반인 대상의 발행어음을 내세우는 것도 어색하다. 순수 투자은행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예금업무를 취급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무릅쓸 모(冒)는 눈(目)을 쓰개()로 가린다는 뜻이다. ‘모험자본’은 한치 앞을 헤아리기 어려운 위험을 헤쳐나가는 투자다. 은행 예금 수준의 금리에, 1년도 안되는 만기로 조달한 돈을 ‘모험자본’에 투자한다는 장담은 이해가 어렵다. 투자에서 수익률은 위험(risk) 감수의 대가다.

모험자본에 투자하려면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게 합당하다.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업무를 하려는 이유는 저원가 자금조달이어서다. 이자율이 높아지면 의미가 퇴색한다. 은행들은 예금 이자를 주기 위해 대부분 가장 안전한 자산인 ‘국채’에 투자한다.

발행어음은 만기가 1년 미만이다. 원칙적으로 1년 안에 모험을 끝내야 한다. 모험기업의 활동이 1년만에 결실을 맺기란 쉽지 않다. 금융에서 ‘만기불일치(mis-match)’는 상당한 위험이다.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콜 차입을 규제한 것도 초단기로 조달한 자금을 중장기로 운용하는 데 따르는 위험 때문이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투자의 선택지가 늘어난다. 기업들은 어음할인이나 단기대출 등이 좀 더 쉬워질 수 있다. 유동성위험은 어차피 지금도 존재한다. 증권사들은 콜 차입이 막히자 전자단기사채로 상당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그러니 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초대형’, ‘한국판 골드만삭스’, ‘모험자본 투자’ 같은 거창한 표현은 삼가 했으면 싶다. 사실 식민지를 경영했던 ‘제국주의’ 유산이 없는 나라에서, 기축통화에도 끼지 못하는 통화로는 글로벌IB는 불가능하다. 업계 이익을 ‘허황된’ 구호로 포장해 대중을 현혹시키지 말자.

아울러 당국도 인가를 내려면 “왜 누구만 먼저냐”라는 특혜시비는 피하는 지혜를 보였으면 한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해 카카오뱅크로 인가도 특례로 받았고, 올해는 투자은행 업무도 우선 받게 됐다. 시간가치를 감안하면 ‘조삼모사’와 ‘조사모삼’은 엄청난 격차가 날 수도 있다.

은행들이 증권사에 대한 발행어음 인가를 반대하는 것도 모양이 좋지 않다. 인허가는 법적으로 보장된정부의 권리다. 이번 인가가 은행을 규제하는 조치도 아니다. 증권사 발행어음은 종금사 것과 달리 예금자 보호도 안된다. 은행예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게다가 조달액 절반은 ‘기업용’으로 써야 한다. 심지어 대부분의 은행들이 덩치 큰 증권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은행에 대해 진입장벽 안에서 편안한 ‘전당포 영업’을 한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여러 논란은 있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인허가 빌미는 은행들이 제공했다. 얼마나 소비자를 홀대했으면 정부가 인터넷은행을 출범시켰을까. 얼마나 기업금융을 기피했으면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에게 사실상의 은행 인가까지 내주게 됐을까. 증권사가 은행업무를 한다고 ‘내로남불’하기 보다는, 차라리 시중은행도 투자은행 업무 잘 할 테니 불특정금전신탁 허가 달라고 하는 편이 나아보인다. 

ky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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