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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것 그대로의 美…드로잉 전성시대
기사입력 2017-11-15 11:47 작게 크게
‘B컷 드로잉’·‘The new world’展 개최
드로잉, 새 장르로 당당한 생명력 지녀

미완성, 보조적 수단, 밑그림…. 전통적 미술에서 늘 뒷전이던 ‘드로잉’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시가 한창이다. 드로잉을 재조명하는 건 딱히 새로운 일은 아니다. 1960년대 개념미술작가들이 자신의 개념을 설명하는 유용한 방편으로 드로잉을 활용하면서, 현대미술의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드로잉만을 탐구하는 전시가 늘어난 데는 ‘대상을 표현해내는 방법이자 작가들의 사고와 논리를 형상화하는 가장 중요한 매체’라는 평가도 한 몫을 한다.

주로 패션업계에서 사용하는 언어인 ‘B컷’을 전시 주제로 제시한 금호미술관의 기획전 ‘B컷 드로잉’은 늘 ‘B컷’으로 취급되는 드로잉의 미적 가치와 동시대적 양상을 탐구한다. 완벽한 ‘A컷’과 달리 ‘B컷’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꾸미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은 가감되지 않은 에너지를 표출한다. 


전시장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전관을 활용하는 이번 전시엔 노상호, 문성식, 박광수, 백현진, 심래정, 이정민, 이해민선, 장종완, 지니서, 허윤희 등 10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드로잉을 3차원으로 선보이는 지니서 작가는 어린시절 지냈던 한옥에서의 기억을 장판지를 활용해 제작했다. 자르고 구부려 ‘설치’한 장판지는 스케치북에 자유롭게 그린 드로잉이 입체로 튀어나온 듯한 인상을 준다. 이해민선은 가로수의 초상을 그렸다. 인간과 가장 가까이 사는 나무인 가로수엔 인간의 흔적이 가득하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칼로 새겨넣기도 하고, 광고판으로도 활용된다.

누크 갤러리의 드로잉으로 만나는 새로운 세상, ‘The new world’전은 화가 김태헌(53)과 태국작가 케니(44ㆍ위타야 스리무앙)의 남다른 ‘드로잉 인연’이 바탕이 됐다. 김태헌은 몇 년 전 동남아 여행길에서 케니를 만났다. ‘놀자’는 생각으로 떠난 여행이라 특별한 선물을 주지는 못하고 가지고 다니던 드로잉북을 케니에게 선물했다. 태국 대학에서 그림을 전공한 케니는 주말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초상화를 그려주고, 잡지에 글과 그림을 연재하고, 작은 카페테리아를 운영하면서 틈틈히 그림을 그렸다. 1년이 지나 333장의 드로잉이 쌓였다. 케니에게 이들은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이자,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활용했던 증거에 다름아니다.

그런가 하면 김태헌의 드로잉은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쓸모 없어진 병풍그림을 밑 본으로 필요한 부분만 남겨놓고 까맣게 지워나간 민화풍의 그림은 익숙하면서도 생경하다. 병풍그림이라는 과거와 우주인으로 상징되는 미래가 만나는 ‘초 현실적’ 드로잉이다. 모든 것이 너무 빨리 사라지고 잊혀지는 현대사회에서 병풍그림은 김태헌의 ‘새로운 시선’과 만나 또 다른 생명력을 얻었다. 전시는 11월17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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