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북한군인 JSA 귀순] 대응사격·경계실패·지휘체계…북한군 귀순 3대쟁점 논란 확산
뉴스종합| 2017-11-15 12:03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군 1명이 귀순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의 대응을 놓고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쟁점은 크게 3가지로 ▷북한군 총격 이후 아군 대응사격 ▷총상 입은 귀순병사 방치 ▷교전규칙 등을 총괄하는 유엔군사령부의 지휘체계개편 등이다. 이외 군 병원 응급구조시스템 미비 등의 지적도 뒤따른다.

▶대응사격 안했나, 못했나=15일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북한군이 귀순하는 과정에서 북한군 추격조 4명은 귀순 북한군을 향해 40여발의 총격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군은 일체의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최소한 ‘엄호’ 차원의 대응사격이라도 필요하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왔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JSA 지역은 유엔사 관할구역으로, 유엔사 교전규칙이 적용돼 초기 대응사격이 없었다. 유엔사 교전규칙은 우리 군에서 적용하고 있는 위급시 선제타격조차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군의 설립 취지에 따라 ‘확전방지’가 우선 목적이기 때문이다. 유엔사 교전규칙은 JSA 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할 경우 ▷적발 즉시 경고와 함께 신원확인 ▷이에 불응하거나 도주하면 사격 ▷적의 선제공격을 받을 경우 야전지휘관 자체 판단에 따라 자위권 발동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 북한군 귀순 과정에서는 교전규칙에 해당사항이 없었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이 JSA 내에서 휴대ㆍ사격이 금지된 AK-47 소총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군 대응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총상 환자 16분 간 방치=총상을 입은 귀순 북한군이 우리측 자유의집 인근에서 16분 간 방치된 점도 도마에 올랐다. 사실상 경계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사건 당일 우리 군이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귀순 북한군을 열상감시장비(TOD)로 처음 발견한 시각은 15시31분이다. 추후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15시14분경 북측 JSA 구역에서 지프 차량을 몰고 오던 귀순 북한군이 배수로에 바퀴가 걸려 내렸고, 1분 후인 15시15분께 추격조의 총격 속에 MDL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15시15분부터 우리 군에 발견된 15시31분까지 16분 동안 총상을 입고 사실상 방치된 셈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JSA 초소가 보통 GP인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본질적으로 군사구역이라기 보단 행정업무구역에 가깝다”며 “MDL조차 실제로 그어 놓은 경계선이 없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필연적으로 빈틈이 발생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JSA에서 남쪽으로 총격을 가한 것이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번 일을 교훈삼아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CCTV 등 감시장비 추가 설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경비 책임 맡은 한국군이 판단권 가져야=이와 함께 JSA를 관할하는 유엔사 지휘체계 개편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전쟁 이후 정전협정에 따라 JSA 내 작전지휘권은 유엔사에 있다. JSA 경비임무는 지난 2004년부터 우리 군으로 넘어와 한국군이 맡지만, 대응사격 등 무력사용은 유엔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국군 경비대대장과 유엔사 소속 미군 경비대대장이 공동경비를 맡고 양쪽 모두 계급은 중령이다. 경비 책임은 한국군이, 무력사용은 미군의 통제를 받는 등 복잡한 지휘체계인 셈이다.

일각에서 한국군이 경비를 담당하는 만큼, 유엔사가 무력사용과 자위권 행사 판단과 권한을 한국군 대대장에게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장에서 위급 상황시 유엔사의 상황 판단과 지침을 기다릴 경우 즉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은 초병 근무자들이 총격을 당하거나 생명에 위협을 느꼈을 때 등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3가지 원칙이 있다”며 “위기를 고조시키지 않는 충분한 조치 등 비례성 원칙에 따라 대응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군 병원 응급구조시스템 미비 등 지적도 제기된다. 귀순 북한군은 총상을 입고 2시간15분이나 지난 17시30분에야 수원 아주대병원에 도착했다. 총상을 입은 응급환자를 수원까지 이송한 것은 ‘총상 전문의’ 이국종 교수에게 맡기기 위한 것이었다. 총상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없어 민간 병원에 매달리는 군 응급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방부는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국군외상센터 설립 계획을 밝렸지만 예상 설립 시점은 오는 2020년이다.

이정주 기자/sagamo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