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현장에서-안두현 양평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압도적 사운드의 베를린필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연
라이프| 2017-11-20 11:36
사이먼래틀이 이끄는 마지막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BPO) 아시아투어와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 이름만으로도 벅찬 이들의 조우는 그 자리에 앉아있던 모든 관객의 기대치 그 이상을 뛰어넘었다.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깊은 감동과 여운의 자리였다.

조성진이 협연한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는 색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과감한 시도는 없었지만, 라벨 특유의 다채로운 음색과 재즈적 요소들을 잘 살려내며 근대 프랑스 음악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수많은 음들을 하나의 선처럼 이어가는 그의 연주력은 감탄 그 자체였다. 이어진 앙코르 곡은 드뷔시의 ‘영상 1집’ 중 1번인 ‘물의 반영’으로, 그의 프랑스 레퍼토리에 대한 애정과 뛰어난 해석을 보여주었다. 

사이먼래틀이 지휘하는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아시아투어의 마지막 공연으로 대한민국을 찾았다. 협연자로는 2015년 쇼팽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나섰다.
[제공=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래틀은 기자간담회 조성진을 ‘건반의 시인’이라고 칭했는데, 거장의 칭호가 아깝지 않은 연주였다. 고요하고 심도있으면서도 맑은 음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미소 천사’ 사이먼 래틀은 첫 곡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 후앙’을 선택했다. 첫 시작부터 강렬한 도입부, 서정성과 거대한 음향의 콘트라스트를 적절한 템포의 완급 조절을 통해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시켜 나가는 그의 능력은 놀라웠다. 그러나 래틀과 베를린 필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브람스 교향곡 4번이었다. 19세기부터 베를린 필이 시즌을 시작할 때면 연주해오는 전통적인 프로그램이기에 그들의 ‘브람스 자신감’은 엄청나다. 관악기들의 솔로는 말할 것도 없고, 현악기의 거대하면서도 깊게 파고드는 사운드는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베를린 필만의 강점이다. 관객들의 몰입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탄탄한 구조적 연주는 브람스 4번을 왜 베를린 필의 연주로 들어야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베를린 필의 연주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모든 단원이 음악에 맞추어 파도타기처럼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연주자 개개인 모두가 열정과 책임감이 없다면 나오기 힘든 광경이다. 더불어 그들은 정말 즐기고 있었다. 관객들은 단원들의 ‘즐거움’을 귀로 또 눈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는 연주력에 앞서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단 2시간동안의 연주였지만 팍팍한 우리 사회가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 공연이기도 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몇 관객의 섣부른 박수였다. 누군가가 미처 끄지 못해 울렸던 휴대전화 벨소리보다도 섣부른 박수가아쉬웠다. 사라지듯이 끝나는 드뷔시의 연주에서 음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온 박수는 여운을 느끼고 싶어 하는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주었다. 서울시향 제2수석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도 “사그라지는 잔향을 더 느끼고 싶었지만 바로 박수가 나온 것이 안타까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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