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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아동수당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뉴스종합| 2017-11-21 11:29
문재인정부 출범이후 아동수당제도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반대 주장이 다시 등장했다. “월 10만원을 지급한다고 출산하겠냐”는 비판은 출발부터 오류다. 아동수당을 저출산 대책으로 오해하는 잘못된 접근이다. 아동수당은 출산율 제고보다는 이미 태어난 아동을 건강하게 잘 기르기 위한 지원이다. 출산율의 변화는 양질의 보육, 세제지원, 일·가정 양립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정책의 효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아동수당이 현금성 지원이라고 반대하기도 한다. 현금으로 담배나 술을 구입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월 10만원이 더 생긴다고 담배나 술 소비가 갑자기 더 늘지는 않는다. 자녀 1명이 대학을 졸업하는 데 평균 2억 7500만원 정도 필요하다는 조사결과는 차치하더라도, 아동수당은 양육비용의 일부를 보조한다고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혹자는 재정적 여건을 들며 선별적인 아동수당 도입을 주장한다. 이 경우 선별을 위해 전체 250만 아동가구 모두를 조사해야한다. 이렇게 되면 지자체 복지담당자의 업무량이 늘고 신청인의 대기시간도 길어지는 등 행정처리비용이 더많이 소요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선별적 아동양육 지원에는 대체적으로 거부감이 없지만, 보편적인 방식에는 반대가 심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아동수당의 정책적 우선순위가 낮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은 우선순위가 아닌 가치의 문제다. 가구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은 소중하며, 어떤 경우든 기본적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동수당의 핵심가치다. 이에 동의한다면 아동수당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소득을 기준으로 대상가구를 선별하는 방식은 국가가 모든 아동의 양육을 함께 책임진다는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빈곤아동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내실화하는 작업과 함께 일반아동을 위한 보편적 제도가 동시에 실행돼야 빈곤아동의 복지 증진과 더불어 일반아동이 위기아동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정책만으로 빈곤을 해결한 국가는 없다. 보편적인 정책과 선별적인 정책을 동시에 시행하는 국가의 빈곤율이 낮다.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부족한 보편적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우리나라 아동정책의 패러다임을 가족책임에서 사회책임으로, 아동에 대한 사회의 방임에서 사회적 투자로 바꾸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쓸데없는 걱정을 안도감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산성비는 해롭다고 알고 있지만 전문가는 오히려 산성비가 샴푸보다 산성도가 낮은 편이라고 알려줘 안심시킨다.

필자도 아동복지 전문가로서 얘기한다. 보편적 아동수당으로 나라가 흥하는 경우는 있어도 망하는 경우는 없다. 우리 헌법에 “대한민국은 복지국가를 추구한다”고 명시돼 있다. 복지는 단순한 빈곤 탈출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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