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국세청發 적폐청산, 과거 아닌 미래 개혁에 무게 둬야
뉴스종합| 2017-11-21 11:27
국세청이 민관 합동으로 구성한 ‘국세행정개혁태스크포스(TF)’가 20일 중간 조사결과를 내놨다. 과거 논란이 됐던 62건의 세무조사를 점검해보니 5건에서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의심된다”며 검찰 수사 의뢰 등 적법조치를 권유했다는 게 그 골자다. ‘정치 세무조사’ 성격이 짙다고 본 것이다. TF는 그 가운데 2008년 태광실업 관련 2건의 세무조사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광우병 촛불시위에 참여한 연예인 소속 기획사 등도 함께 포함됐다.

물론 TF 조사만으로 사실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TF의 판단 근거와 당시 정황으로 보아 정치 세무조사로 의심할만한 여지는 충분하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의 시발점이 됐고,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이어졌던 태광실업 건만해도 그렇다. TF는 이 세무조사를 관할청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교차조사 한 이유가 분명치 않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게다가 고발 절차가 단기간에 처리되고, 주변 기업까지 범위를 확대한 점 등도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조사권을 남용한데다 세무조사의 공정성과 중립성까지 위반한 소지가 있다는 것인데 그리 틀리지는 않은 듯하다.

국세청은 TF의 권고사항 이행을 위한 절차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사건의 공소시효 등을 검토한 뒤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정치 세무조사의 근절이라는 적폐 청산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이번 조사의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었는지도 세무당국은 잘 따져 봐야 한다. TF가 제시한 조사권 남용사례가 모두 박근혜-이명박 정부 시절의 사건에 국한됐기에 하는 말이다. 자칫 또 다른 정치 개입 논란이 불거질 우려도 있다. TF가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대중 정부시절 언론사 세무조사 등도 검토했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사에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으면 정치 세무조사 악습을 청산하기 어렵다.

세무조사를 정치적으로 남용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국민이 위임한 국세청의 조사 권한을 정권의 전리품 마냥 악용하는 것이야 말로 적폐 중의 적폐다. 이번 조사 결과가 그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청산보다는 세무행정의 미래 개혁에 무게의 중심을 둘 필요가 있다. 차제에 대통령 등 권력이 세무조사에 개입할 경우 엄하게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정치 세무조사 근절 의지가 확실하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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