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중국의 ‘고서공정’에 대응할 ‘한국고전총간’ 절실”
라이프| 2017-11-21 11:30
고전번역원 창립10돌 신승운 원장
2018년 ‘한국고전총간사업’ 시작
1만여종 경서·역사책 손도 못대
한국사 등 中 아류로 만들고 있어
“번역 인재 키울 전문대학원 추진”


“중국은 동북공정에서 ‘고서공정’까지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한국의 전적이 얼마나 있는지 정리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고전번역원 설립 10주년을 맞아 향후 10년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신승운(66) 고전번역원장은 중국의 ‘고서공정’등에 대응하려면 우리 문화 학술 자산을 정리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며, 2018년부터 ‘한국고전총간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신승운 한국고전번역원 원장. [연합뉴스]

신 원장은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국은 ‘사고전서’ ‘사부총간’ ‘사부비요’같은 고전총서사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 우리는 그동안 사부(四部)의 전적이 국가적 차원에서 제대로 정리된 적이 없다”며, 모든 한문저술을 집대성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번역원이 2012년에 한국문집총간 500책을 펴냈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1만여종 10만여책으로 추정되는 전적 가운데 경서나 역사책 등은 손도 못대고 있다. 중국은 최근 ‘유장(儒藏)’ ‘역외한적(域外漢籍)‘등에 한국인 저술 문헌을 포함시키는 등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중국의 아류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신 원장은 이를 위해 지난3월 취임 이후 관계 부처와 의원들을 찾아나섰다. 겨우 내년 예산으로 3억원을 확보했다. 우선 어떤 책들이 있는지 총목 조사를 시작으로 원천자료의 집성, 교감·표점하는 작업을 벌이게 된다. 종국에는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통합 아카이브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게 목적이다.

신 원장은 이를 통해 “우리 고전의 체계화와 함께 전통 문화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원장이 고전총간과 함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 고전 번역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고전번역대학원대학’의 설립이다. 이는 번역원의 10년 숙원사업이다.

“현재 연간 150여 책을 번역하고 있지만 남은 1만1000여책의 고전을 번역하는데 앞으로 70년이 걸립니다. 고전 번역 기간을 단축하고 한국고전총간 등의 사업을 본격 추진하려면 무엇보다 전문 번역인재 양성이 시급하죠.”

현재 번역원은 7년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학위가 인정되지 않아 일부는 대학원 학위과정으로 재진학하는 역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더욱이 연구자들의 노령화 현상이 심각하다. 학위 과정이 있어야 교육생들이 안정적으로 번역에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예산부족으로 번역해놓고 출간하지 못한 책을 펴내는 것도 당면과제다.

신 원장은 한국고전번역원의 전신인 민족문화추진회의(민추) 국역연수원 1기 출신으로 번역원의 산 증인이다.

신 원장은 “당시 민추는 ‘우리 가슴에 우리 고전을’이란 목표를 갖고 있었다”면서, “그 바탕은 ‘금고일반(今古一般)’, 즉 지금과 옛은 같다는 정신이었다”고 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도구는 많이 변했지만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는게 번역원의 정신이고, 사람들이 고전을 찾는 이유가 아닐까요”.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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