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전통시장 옆 ‘노브랜드’ 약인가? 독인가?
뉴스종합| 2017-11-22 11:27
“유연한 상품구성 전통시장과 상생 모델”
일부선 “입지중복 변종SSM” 비판 목소리


21일 오후 2시. 평온한 낮시간인데도 동대문 두타몰 4층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젊은 여성들부터 나이든 중년 남성까지 많은 소비자들이 매장에 몰려 이것저것 노브랜드 상품을 구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스무디 킹 매장 옆 여성 의류 매장이 있던 장소에 지난 16일 이마트 노브랜드 전문점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신선식품과 공산품, TV와 컴퓨터용품, 다양한 해외소싱 브랜드가 이곳 점포에서는 판매되고 있다.

매장에 인접한 두타몰 상인들은 노브랜드의 입점을 내심 반겼다. 상인 A씨는 “사람들이 노브랜드를 보기 위해서라도 매장에 올라오지 않겠냐”면서 “매출이 늘 것 같다”고 기대했다. 두타몰 한 임직원도 “죽어가는 패션타운을 살려낼 수 있는 묘안이 될 수 있다”고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인근 200m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동대문 종합시장 상인 B씨는 큰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점포 크기가 작아 직접적으론 피해가 올 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간접적ㆍ장기적으론 영세상인에게 피해가 오지 않겠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노브랜드 전문점은 현재 전국에 점포수가 80개를 넘어섰다. 여기에 대해선 ‘합리적인 가격’과 ‘상생 아이템으로서 가치’를 높이 사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에선 출점전략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동대문 노브랜드 전문점 전경.

사실상 ‘명맥만 남았다’는 평가를 받는 동대문시장이지만, 아직도 수많은 잡화상과 식료품 가게들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도보로 15분 남짓한 거리에는 서울 중앙시장과 방산시장 등 두 개의 큼직막한 전통시장도 입지해 있는 장소다.

▶‘상생아이템’ 노브랜드 전문점=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마트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전문점은 전국에 점포수 80개를 넘어섰다. 출점 장소는 대로변부터 전통시장 안, 쇼핑몰 내부 등으로 다양한 편이다. 노브랜드 전문점도 준대규모점포로 분류돼 다른 기업형슈퍼마켓(SSM)이나 대형마트처럼 정부 규제를 받는다. 그럼에도 이곳저곳에 다양하게 매장을 낼 수 있는 것은 ‘유연한 점포구성‘에 있다. 전통시장과 협의를 통해 매장을 낼 때는 신선식품을 상품 구성에서 제외하고, 또 전략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빼기도 한다.

상생 아이템으로 죽어가는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 극찬받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중가 대비 상품 가격이 20~30% 저렴한 노브랜드 상품을 사기 위해 소비자가 시장에 방문하면, 노브랜드에 부족한 상품을 추가로 구매하기 위해 인근 전통시장을 찾을 수도 있는 그림이 그려진다.

▶‘한지붕 두 가족’도 존재 =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브랜드의 출점 전략을 두고 큰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원칙상 준대규모ㆍ대규모점포가 전통시장 인근에 입지할 경우에는 시장 상인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마트 측은 실제로 이번 두타 오픈에 있어서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 두타몰이 대규모점포로 이미 등록된 시설이라, 그 내부에 노브랜드 전문점을 내는 것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추가적인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전통시장 단체가 노브랜드 전문점을 ‘변종SSM’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여기 이마트측은 “노브랜드 전문점과 같은 업태의 쇼핑시설은 유럽 선진국들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형태”라며 “변종SSM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대형마트와 입지가 중복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입점해 있는 지역에 점포가 추가로 들어오는 경우다.

최근 오픈한 노브랜드 대전가오점은 홈플러스 대전가오점이 먼저 입점해 있던 대전 가오동 패션아일랜드에 추가로 점포를 냈다. 최근 부산에서 문제가 됐던 ‘한지붕 두가족’ 점포 사례가 대형마트업계에서도 발생한 것이다.

내달 오픈을 앞둔 청량리 경동시장 노브랜드 전문점도 문을 열 경우, 인근 롯데마트 청량리 역사점ㆍ용두동의 홈플러스 동대문점과 상권이 겹친다.

이에 유통업계 관계자는 “노브랜드 전문점이 100호점 돌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개념 정립과 점포에 대한 생각이 다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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