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코스닥, 투자수요 보다 신뢰 확보가 우선돼야
뉴스종합| 2017-11-22 11:34
맞다. 코스닥을 살려야 한다. 그래야 ‘돈맥경화’에 빠진 중소ㆍ벤처기업의 숨통이 트인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질 수 있고,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8할을 중소기업들이 책임지고 있다 하지 않는가. 코스닥은 ‘양극화 해소’라는 당면한 시대적 과제를 푸는 열쇠가 될는지도 모른다. 코스닥이 제 2의 셀트리온, 카카오, 엔씨소프트를 키우는 요람이 될 수 있다면 대기업의 이익편중 심화, 대기업 의존 경제라는 굴레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비록 역대 정부 2년차때 나오곤 했던, 표심을 계산한 정치적 의도로 의심받던, 그 흔한 레퍼토리일망정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새 정부의 공언을 가벼이 들을 순 없다.

다만,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코스닥 활성화 방안이 투자자 보호보다는 모험자본 공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해 걱정이 앞선다.

이달 중 발표예정인 구체 방안 가운데엔 연기금의 투자확대, 코스닥 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 새로운 벤치마크 지수 개발 등을 통한 투자수요 확충, 상장기준 완화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더 많은 중소벤처기업들에게 상장기회를 부여하고, 이들에게 더 많은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것이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역대 정부의 대책과 괘를 같이한다. 특이할 만한 게 있다면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코스닥 투자를 유도해, 중장기 수급안정을 기하려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은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에만 경도됐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당장 국민연금의 코스닥 투자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수익성 외에 안정성을 중시해야 하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코스닥에 대량 투입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비등한다. 상장요건을 완화해 진입 장벽을 낮추는 문제도 투자자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일이다. 문턱을 낮출수록 시장위험은 커지기 때문이다.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상장기업에 대해선 “퇴출도 신속화하겠다”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밝혔다. 그런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분식회계 등 대형사고가 터진 뒤에야 시장조치가 이뤄지는 탓에, 피해자는 줄지 않는다. 또, 피해자는 대부분 정보력이 취약한 개인투자자다.

투자수요를 확충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코스닥 시장의 신뢰 기반을 확보하는 일이다. 신뢰가 생겨야 거래할 수 있는 것처럼 투자도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역대 정부가 수없이 대책을 내놨는데도 코스닥이 쪼그라든 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에 투자해야 할지 투자자들은 알 길이 막막하다. 1200여개 코스닥기업 중 분석보고서가 나오는 곳은 300곳도 안 된다. 정기보고서는 아예 없다. 대형 증권사라는 곳도 코스닥기업 분석을 담당하는 연구원이 평균 3명에 그친다니 그럴만하다. 그나마 보고서의 전망은 빗나가기 일쑤고, 쓸만한 건 기관투자가에게 먼저 건네진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 사이 부실이 가려졌던 기업들은 하나 둘 상장이 폐지됐다. 이런 마당인데, 정부가 어떤 대책을 쏟아낸들 통할 리 없다. 신뢰없는 시장에 자금만 풀겠다는 건 투기판을 만들겠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이제 더 이상 개인투자자들을 ‘암흑의 우주를 유영하는 미아’로 방치해선 안 된다.” 올해 초 거래소 한 고위관계자의 고백 같은 증언이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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