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아마존에 대응 몸집 불리기美 M&A시장 제2의 ‘전성기’
뉴스종합| 2017-11-22 12:00
11월에만 2000억달러 성사
월간 실적으로는 역대 두번째
IT공룡 공세에 ‘방파제 구축’

올 상반기 주춤했던 미국 인수ㆍ합병(M&A)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거대 정보통신(IT)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 경쟁 업체들이 몸집 키우기에 나서면서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 자료를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11월에만 약 2000억달러(219조5000억 원)에 이르는 M&A가 성사됐다. 이는 딜로직이 집계를 시작한 1995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역대 2번째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들어 지금까지 발표된 M&A 규모는 1조220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줄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반전됐다.

최근 협상 중이거나 승인을 기다리는 3건의 M&A는 모두 IT ‘공룡’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아마존이 지난 8월 유기농 식품 체인 홀푸드를 130억달러에 인수한 것은 미국 소매업계에 충격파로 작용했다.

타업종에서도 아마존의 다음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며 투자은행에 문의가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드러그스토어 체인 CVS헬스케어도 아마존을 경계하며 M&A를 준비 중이다. 미국 최대 생명보험사 애트나(Aetna)를 660억달러에 인수하는 협상을 이달 중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아마존의 의약품 유통업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추진됐다. 아마존이 전국 450여 개 홀푸드 매장에서 의약품 판매를 시작할 경우 위협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CVS헬스케어는 애트나 가입자를 자사 보험약제관리회사(PBM) 고객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9700여 개 매장을 통해 보험상품 등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AT&T가 타임워너를 850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랜들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행사에서 광고시장 포식자로 부상한 페이스북, 구글의 공세에 대비해 ‘방파제 구축’ 목적으로 타임워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월트디즈니가 21세기폭스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넷플릭스 성공에 자극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즈니는 지난 8월 넷플릭스를 통한 영화 스트리밍(실시간 온라인 송출)을 2019년부터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디즈니는 더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21세기폭스에 손짓했다. 디즈니는 내셔널지오그래픽과 FX 채널 인수에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저금리로 회사채 발행이 쉽고, 주식시장 여건이 좋다는 점 등도 최근 M&A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덕분에 2005년 M&A 붐이 일었던 때처럼 초대형 인수도 이뤄지고 있다.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은 이달 초 경쟁사 퀄컴에 1050억달러(120조 원)를 제시하며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퀄컴이 기업 가치를 저평가했다는 이유로 거절하면서 협상은 일단 교착상태에 빠졌다. 향후 퀄컴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IT 부문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M&A가 탄생할 전망이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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