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불가피한 환율 하락, 문제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
뉴스종합| 2017-11-23 11:39
달러당 1090원 선이 무너지면서 환율 경고등이 켜졌다. 22일 1,089원으로 마감된 원ㆍ달러 환율은 23일에도 1,080원대로 저점을 낮춰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원ㆍ달러 환율이 1090원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년 6개월 만이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9% 이상 거의 10%에 육박하는 절상율이다. 이달초만 해도 1120원 수준이던 환율은 최근 한달로 보면 50원, 열흘만에 40원 이상 떨어졌다. 그야말로 날개없는 추락이다.이쯤이면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로서는 빨간 불이 켜진 것으로 봐야 한다.

게다가 원화만의 나홀로 하락처럼 보일 정도로 상대적인 낙폭이 크다. 최근 한 달 동안 원화가치는 미국 달러 대비 3% 가까이 올라갔다. 같은 기간 주요 통화중 엔화와 파운드화의 절상률은 각각 0.75%, 0.44%에 불과했고 유로화는 오히려 0.43% 절하됐다. 비교적 높은 절상률을 보인 신흥국 말레이시아 링깃(1.88%), 필리핀 페소(1.32%), 싱가포르 달러(0.25%)도 원화의 가치상승 걸음걸이를 따라오지 못한다.

물론 최근의 원화 강세, 환율 하락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자체적인 펀더멘털이 워낙 좋다. 통상 경제가 잘 돌아가면 그 나라 돈의 가치가 올라간다. 경상수지 흑자나 수출 증가율 등이 그 중요한 지표다. 거의 대부분의 지표가 원화가치 상승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수출은 월별 두자릿수 증가율이 예사고 경상수지는 5년7개월째 내리 흑자 행진이다.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3%가 넘는다. 여기에 중국과 사드 갈등도 해소됐다. 수출업체들이 내놓는 달러 매도 물량에 한-중에 이은 한-캐나다 통화스와프 체결도 원화 안정성을 높여줬다. 북한이 두달 넘게 잠잠하면서 한반도 리스크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도 도움이 됐다. 급기야 금융당국이 “속도가 너무 빨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시장의 원화 강세는 요지부동이다.

문제는 현 상황이 인플레나 디플레없이 국제수지에도 중립적인 균형환율 수준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 균형 환율은 달러당 1100원 선으로 보는게 보통이다. 현대경제연구원처럼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원-달러 환율을 1184원으로 다소 높게 분석하는 곳도 있다. 어쨌든 달러 표시 수출가격 상승으로 경쟁국 대비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시점은 이미 다가온 것이다.

수출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는 환율에 민감하다. 수출이 꺾이면 그 여파는 경제 전반에 미친다. 환율에 대한조작이 아닌 방어는 금융당국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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