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번복된 김관진 구속,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뉴스종합| 2017-11-23 11:39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 수감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이 22일 밤 늦게 풀려났다. 법원이 피의자의 구속이 합당한지 다시한번 판단하는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을 명한 것이다. 김 전 실장의 위법한 지시와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등에 비춰볼 때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게 적부심 담당 재판부의 판단이다. 또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고도 했다. 그런 만큼 자유로운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 받을 권리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뜻이다.

법조계는 구속 영장은 한번 발부되면 좀처럼 취소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김 전 실장의 석방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겨냥하고 있는 검찰의 댓글 공작 수사 전략에 일정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김 전 실장의 석방이 물론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검찰 조사도 끝나지 않았고, 정식 재판이 진행되면 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하게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김 전 실장 관련 사건은 영장이 청구될 때부터 무리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군의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군 형법을 어겼다는 게 검찰이 김 전 실장에게 두고 있는 혐의다. 그가 국방부 장관이던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을 통해 정치 댓글을 달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검찰이 제시한 근거가 너무 미약하다는 점이다. 실제 그럴만도 하다. 당시 그는 거의 매일 올라오는 사이버사 보고서 표지에 ‘V’ 표시해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 표시는 통상 ‘봤다’거나 ‘알았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한다. 장관이 받는 서면과 구두 보고가 하루에도 수십건이 넘는다. 그런데 서명이나 결제도 아닌 ‘V’ 표시 정도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이 ‘다툼의 여지’를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닌가 싶다.

김 전 실장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합참의장과 국방장관, 안보실장을 두루 지냈다. 또 북한이 가장 두려워했던 한국의 군인이 김 전 실장이었다. 평생을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한 전형적인 무인(武人)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위법한 사실에 눈을 감자는 건 아니다. 혐의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사실이 확인되면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무엇보다 절제되고 신중해야 한다. 김 전 실장 사건의 사법처리 판단 기준은 오직 법과 원칙 뿐이다. 어떠한 요인도 고려하거나 개입돼선 안된다. 검찰과 법원 모두에 해당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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