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공공연한 이야기]수험생에 전하는 10대들의‘슈퍼파워’응원전
라이프| 2017-11-24 11:22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1월은 청소년을 향한 관심이 가장 높아지는 달이다. 특히 지난 14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2018학년도 시험이 1주일 미뤄지면서 학생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한층 더 높아졌다. 이번에 처음 시험을 보는 고3도, 재도전하는 N수생도 지난 1년간 오직 이날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을 터다.

인생의 큰 고개 하나를 막 넘긴 이들에게 필요한 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일이다.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공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수능이 끝난 직후인 11~12월에는 교복 입은 10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이 연달아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공연의 한 장면.

먼저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원래 수능일에 맞춰 막을 올린 연극 ‘말들의 집’은 거짓과 진실 앞에 선 두 여고생을 통해 위태로운 청소년기의 초상을 그린다. 과장된 소문에 휩싸인 ‘서진’과 달콤하고 위험한 거짓말에 빠져든 ‘진주’의 이야기로 소녀들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표현한다. 세계적인 청소년극을 만들어온 미국 케네디센터의 ‘뉴 비전 뉴 보이시스’ 프로그램 참가작으로, 탄탄한 대본과 감각적 연출을 자랑한다.

청소년기 성장통과 우정을 미스터리하게 풀어낸 연극 ‘밀레니엄 소년단’ 역시 이달 24일 개막한다. 1999년 12월 31일 밤, 고등학교 1학년인 네 명의 친구가 밀레니엄을 맞이하는 순간을 녹음기에 담아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넷은 진정한 우정을 약속하며 미래를 약속하지만, 이들 관계에는 조금씩 금이 간다. ‘우리’가 세상 전부였던 시간을 통해 과거의 추억을 돌아보고, 어른이 된 이들이 어떤 것을 후회하고 있는지를 통해 깨달음을 전한다.

안산문화재단이 제작해 이달 25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역시 고등학생이 주축이 된 이야기를 명랑하게 풀어낸다. 집에서는 공부만 닦달하는 엄마, 학교에서는 돈 빼앗는 친구들 때문에 어딜 가나 괴로운 ‘수현’이 주인공이다. 떨어진 성적 탓에 집에 들어가기 싫어진 수현은 어두운 교실에 머물다 실수로 손목을 긋게 되지만, 예기치 않은 친구들을 만나며 다른 삶을 맞이한다. 코트를 통통 튀기는 농구공의 경쾌한 소리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국내를 벗어나 외국 학생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베어 더 뮤지컬’도 이달 28일부터 공연된다. 보수적인 가톨릭계 고등학교인 성 세실리아에 다니는 청춘들의 엇갈린 사랑과 우정, 정체성에 대해 노래한다. 학교에서 제일 잘 나가는 킹카 ‘제이슨’과 평범한 남학생 ‘피터’, 예쁜 외모로 질투를 받는 ‘아이비’ 등이 등장한다. 동성애, 마약, 자살 등 파격적 소재를 다루지만, 그 이면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 지난 두 시즌 크게 흥행했다.

위에 소개한 네 작품 모두 수험생을 위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가뿐한 마음, 가벼운 가격으로 즐거운 추억과 묵직한 감동을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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