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박병원 회장 “들꽃 특유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셔터 눌렀다”
라이프| 2017-11-24 11:36
고양 킨텍스서 ‘꽃이 사랑이다’展
알프스야생화 등 우수작 50점 전시
수익금, 北 어린이 백신보내기 후원


그는 여행길에 오를 때, 늘 작은 카메라를 챙긴다. 익숙치 않은 곳, 어느 골목길에서 혹은 들판에서 만난 작은 들꽃들을 담기 위해서다. 누구도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들꽃 특유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에 매료돼 수없이 셔터를 눌렀다. 박병원(65·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이야기다.

박 회장이 찍은 야생화 사진을 내건 ‘꽃이 사랑이다’ 사진전이 22~2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다. 전시장에는 박 회장이 알프스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 1500여 점 가운데 전문가 도움을 받아 선별한 우수작 50점이 걸렸다. 같은 기간 킨텍스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스푼아트쇼 2017’의 부대행사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백신을 보내기 위한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기획됐다. 사진 1점당 30만원, 작품을 판매한 비용은 모두 비영리 사단법인 ‘봄’(한국)과 ‘카리타스’(독일)에 전달된다. 박 회장은 지난 2011년 헤이리 금산갤러리, 2014년 인사동 갤러리나우에서도 캘리포니아의 야생화, 한국 야생화 사진전을 열고 수익금을 전부를 북한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한 적이 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과 알프스 야생화 비로용담(Gentiana verna).

박회장은 “돈을 받고 사진을 팔겠다는 것이 아니라 후원금 30만원당 1점씩 원하시는 사진을 감사의 뜻으로 드리겠다는 것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양해를 구했다. 후원금 30만원당 야생화사진 1500여점이 들어있는 USB도 함께 증정한다. 전시장에 찾아오지 않고 후원만 해도 사진과 함께 USB를 우편으로 보내준다.

50여점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시인 나태주의 ‘풀꽃’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무심코 스쳐지나간 이름 모를 꽃들의 아름다움을 잡아낸 박 회장의 남다른 시선에서 프로작가에 가까운 내공이 느껴진다. 미술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화랑주가 “작가로 나서도 손색이 없다”고 내세울 정도로 수준이 상당하다.

그러나 정작 박 회장은 “좋은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다녔고, 이 사진들은 사진전이라고 하기도 과분하고 돈을 받고 팔 만한 수준의 작품도 아니다”며 “수익금으로 북한어린이들을 돕고자 하는 생각에 나섰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을테니, USB에 든 1500여장의 사진을 좋은 곳에 많이 써주시라”고 당부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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