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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차라리 ‘범죄도시’가 낫다
뉴스종합| 2017-12-07 11:39
최근 ‘범죄도시’라는 영화가 극장가나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화제다.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조직폭력배들이 활개치고, 중국땅에서 건너온 인정사정없는 조폭이 평정하고, 정의감과 힘을 겸비한 경찰이 도시의 평화를 지켜나가는 내용이라고 한다. 영화소개 프로그램과 뉴스, 동영상자료만 봐도 흥미로워 보인다. 출연자들의 실감나는 연기도, 도시 구석구석에 대한 생생한 묘사도 좋고, 진부한 눈물짜기도 없다며 호평이다.

대낮에 노상에서 칼부림이 일상인 도시라니. 생각만해도 아찔하고 두려운 곳이다. 정의로운 공권력이 ‘도시의 악’을 가볍게 제압하는 모습을 스크린으로 볼 때야 시원시원하겠지만, 그 칼부림 현장 인근에서 장사하는 사람이나 행인은 목숨이 몇개 아닌 다음에야 마음놓고 지나다닐 수나 있겠나.

그래도 저런 조폭들의 칼부림은 유능한 형사 여러명 있으면 평화가 찾아오고 정의가 다시 숨을 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분노 임계치를 넘지는 않는다.

반면 눈에 보이는 칼과 도끼보다, 눈에 보이지않는 불법과 무법, 편법, 특혜가 만연하고, 그로 인해 유무형의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사는 건 어떤가.

‘돈도 실력이야’라고 외치다 부정입학을 밝혀내는 빌미를 제공했던정유라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권력과 재력을 쥔 부모를 둔 금수저 자녀들이 부모들 덕분에 상대방 부친의 기업에 취업하는 ‘훈훈한 품앗이’는 많은 사람들을 좌절케했다. 한 공기업은 직원 전원이 뒷배경으로 취업했다는 소식은 ‘공포물’을 방불케한다. 도대체 이런 일이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가능하다는 말인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국가의 안보를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다루라고 만들어놓은 국정원의 정예요원들이 비싼 월급 받으며 골방에서 극우 사이트에 댓글달고, 반정부성향의 인사들을 관리하고 차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일을 하느라 쏟아부은 세금의 사용처는 알래야 알 수도 없다. 사고와 비리가 잊을만하면 터져나오는 국방부와 군도 장관과 고위장성들이 사건의 장본인으로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이제 화수분처럼 그들의 추악한 민낯이 하나둘 수면으로 올라와 법의 심판대에 서고 있다. 이들이 모두 죄에 상응하는 심판을 받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다면 더 오랜 시간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보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바로잡아야 할지 모를 정도다. 현 정부는 그래서 해야할 일이 많다. 비상식적인 관행은 없애고, 불법과 부정이 더 이상 일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보상을 받고, 능력있는 사람이 등용되는 ‘당연한 정의’를 국민에게 돌려줘야한다. 국민이 고통받으면 보듬어 줘야하고, 국민이 위기에 빠지면 달려가야한다. 대통령의 친구가 실세가 되고, 청와대와 국정원과 장관들이 국민을 감시하는 정부는 이제 더이상 대한민국에 탄생할 수도, 발붙일 수도 없어야한다. ‘범죄도시’보다 끔찍했던 ‘무법천지 국가’는 이제 잊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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