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아무리 좋은 로드맵도 규제 완화 없이는 무용지물
뉴스종합| 2017-12-08 11:0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4차산업혁명 기술의 집약체인 무인이동체의 ‘기술혁신과 성장 10개년 로드맵’을 발표했다. 개인이 통근용으로 쓸 수 있는 드론, 물속에서 잠수정으로 변신하는 다목적 무인기, 서로 분리ㆍ합체가 가능한 자율주행자동차 등 미래형 무인이동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반기술을 개발하거나 지원해 2030년까지 이 분야 기술경쟁력을 세계 3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시장점유율도 10%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장기운용 수중 무인이동체(2027년), 지하공간탐색 육상 무인이동체(2027년), 생체모방형 무인항공기(2029년), 배송용 드로이드(2023년), 통근용 개인드론(2024년), 연안운항 무인수상정(2024년) 등 개발목표연도까지확정했다.

무인이동체 분야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326억 달러에서 오는 2030년엔 2742억 달러 등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성장산업에 정부가 그 핵심기술을 개발ㆍ공급함으로써 유사ㆍ중복 개발을 방지하며 연구개발(R&D)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견인자와 조력자가 되겠다는 의지다.

정부의 무인이동체 관련 정책은 유례가 없을만큼 치밀하게 준비돼 왔다. 2015년 ‘무인이동체 기술개발 및 산업성장 전략’이 수립됐고 지난해엔 ‘무인이동체 발전 5개년 계획’이 만들어졌다. 지난 1월 산ㆍ학ㆍ연 연구자로 구성된 ‘무인이동체 기술 로드맵 기획위원회’가 구성됐고 1년여에 걸쳐 현장의 목소리와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의 의견까지 수렴해 만든 것이 이번 로드맵이다.

그러니 무엇하나 나무랄 게 없는 취지와 목표에 타당성도 인정할만 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로드맵이 예정대로 착착 진행될 수 있는가 의문스럽다. 연구개발 전략과 체계는 마련됐지만 실질적인 기술개발과 원천기술 확보는 이제 시작단계다. 국내 중소ㆍ벤처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그래서 로드맵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규제완화다. 마침 지난 9월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타깃으로 각종 규제를 재설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기술에 대해서는 규제 없이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비롯해 규제 시스템을 포괄적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고 자율주행차와 헬스케어ㆍ드론 분야 규제 개선을 위한 로드맵을 짜겠다고 공표했었다.

하지만 변화는 체감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진행돼야 할 규제프리존특별법 마저 여당의 반대로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좋은 로드맵도 규제완화없이는 무용지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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