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초희“보조작가가 터트리는 시원한 속말에 직장인 공감 통했죠”
엔터테인먼트| 2017-12-13 11:37
‘사랑의 온도’서 주연급 조연으로 인기
극중 사랑법 화제… ‘초블리’ 별칭도

예쁘지도 개성 강하지도 않은 마스크 장점
작품·캐릭터 좋다면 구애 안받고 연기할것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에서 보조작가 황보경을 연기한 이초희(28)는 조연임에도 주연급 분량을 확보했다. 메인 스토리를 지닌 인물이 아니어서 평범한 연기로는 주목받기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인상적인 연기로 점점 분량을 늘려갔고, 멜로까지 화제가 되며 ‘초블리’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가 구사했던 경상도 사투리도 은근히 중독성을 유발시켰다.

“지방에서 올라와 예술대 문예창작과를 갓 졸업한 보조작가다. 경상도 말로 할까? 서울 말로 할까? 사투리를 고쳤을까, 못고쳤을까? 그렇지만 서울말을 쓰려고 할 거다. 저게 무슨 경상도 사투리야 하는 분도 있었을 거다. 부산 사투리 같기도 하고 서울말이 섞인 것 같기도 하다. 혹시 불편한 분 도 계셨겠지만 제 사투리가 충분히 전달이 됐을 거다고 생각한다.”


이초희는 황보경 캐릭터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황보경 캐릭터는 ‘이런 친구가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게 첫번째 주안점이었다. 속시원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면서 의리 있는 친구다. 너무 솔직해서 이기적인 지홍아(조보아)의 말에 제동도 걸기도 한다. 그래서 호감도가 올라갔다.”

기자가 “조연이 이렇게 대가가 많은 경우는 처음 본다”고 하자 “작가님 감독님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김준하 PD(지일주)와의 사랑이 화제가 됐다. 김준하와 만났다 하면 티격태격 다투다가 어느새 미운 정이 들어 동료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됐다. 모태솔로였던 황보경의 사랑법은 은근히 사람들에게 먹혔다.

이초희는 “서로 토닥토닥 하다가 미운 정이 들고, 서로 연애 사실을 부정하면서 좋아진다. 이 친구가 날 좋아할 리 없어 라고 하지만, 상대가 없으면 섭섭해하며 빈자리를 인정한다. 그런 형태로 본다면 가장 현실적인 남녀만남이고 관계다.”

“썸타는 기간이 길기는 했지만, 황보경이 현수(서현진) 언니를 동경해 그의 방식을 따르기도 했다. 일이 먼저이기에 연애가 쉽지 않았다. 연애 경험이 없는 애가 겁도 났을 것이다.”

이초희는 “실제 연애를 해봤지만, 절절한 사랑을 해본 것 같지는 않다. 없으면 죽을 것 같고, 일보다 사랑이 먼저인 경우는 없었다. 아직 임자를 못만났다”고 했다.

이초희는 보조작가라는 캐릭터가 자신과 비슷한 또래 직장인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들이 공감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었다. 이초희는 “그런 중에 황보경은 작가언니에게 하고싶은 말을 다 한다. 모두가 속에 품고 있는 말을 터뜨려주는 거다”고 공감 이유를 설명했다.

이초희는 이현수(서현진)와 온정선(양세종)이 결핍은 있지만 건강한 정서와 내면을 가진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 감정의 다사다난을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초희는 2009년 데뷔한 후 2011년 독립영화 ‘파수꾼’으로 세정 역을 연기하면서 대중에게 얼굴과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이후에도 영화 ‘전국노래자랑’ ‘장수상회’ 등을 비롯해 드라마 ‘참 좋은 시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하녀들’ ‘육룡이 나르샤’ ‘운빨로맨스’ ‘첫 키스만 일곱 번째’ 등 다수의 작품 속에서 장르나 캐릭터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연기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스스로 너무 예뻐지도 않고 너무 개성이 강하지도 않아 배우를 할 수 있는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뭘 입어도 수더분하게 입을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사랑스럽다는 역할을 많이 했지만 한때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나는 왜 이런 역할만 계속하까? 배우로서 좀 더 다양하게 하고 싶은데. 그런데 많은 사람이 나의 모든 모습을 지켜보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첫 작품이구나 하는 걸 안 순간부터 내가 정체되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은 사라졌다. 이제 이런 역할을 해야 해 라고 하는 것은 없어졌다. 작품과 캐릭터가 좋다면 무조건 하고 보자는 식이다.”

서울예술대학을 중퇴한 이초희의 전공은 연기가 아닌 철학이다. 오래 가는 배우가 될 것 같은 배우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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