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번 생은’ 정소민이 지호 캐릭터를 표현했던 방식
엔터테인먼트| 2017-12-14 08:48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정소민(28)이 점점 예뻐진다. 연기를 잘하니까 더욱 예뻐 보인다. ‘마음의 소리’에서 청순털털미의 극치인 애봉이,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상처가 있는 착한 막내딸 변미영을 각각 연기한데 이어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감정이 서툰 연애초보자 윤지호의 풋풋한 심리와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그는 우선 작품이 좋았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이 공감하는 소재를 다뤘고 나도 공감했다. 대본의 힘이 컸다. 작가가 생각이 많으신 분 같다. 경제뿐만 아니라 청춘이 가진 불안과 미래에 대한 고민도 잘 다뤄 저 역시 위로받았다.”


정소민은 지호라는 캐릭터에 특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자신의 실제 스토리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지호가 남들 보기에는 미련하다고 볼 수 있지만, 묵묵히 자신이 하고싶은 꿈을 좇아간다. 단지 그 일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일을 선택했다. 저 역시 고교때까지 무용을 하다가 대학은 연기과로 지원했는데,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정소민이 연기와 인연을 맺은 건 무용에서 비롯된다. “춤도 표현하는 예술인데, 연기를 배우면 도움이 된다고 해 연기를 해봤는데, 재미있었다. 친구들의 연기를 보는데 마음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죽이 되건 밥이 되건 해보려고 했다. 당시 무용과는 수시합격한 상태였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지원했다. 그날 아버지가 차로 저를 바래다줬는데, 그날도 아버지는 무용과에 지원하는 줄 알고계셨다. 아버지에게는 떨어지면 말을 안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합격해 아버지께도 알렸다. 아버지는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지만 지금은 엄마보다 더 좋아하신다.”

정소민은 지호에게서 한수 배웠다고 했다. 부당한 상황을 겪거나 상처를 받았을때 묻어두었다가 나중에 폭발시키지 않고 그때그때 ”상처받았어요. 아파요”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남녀관계나 인간관계에서 첫 단추가 잘못 꿰어져 있으면 적절히 메우고 살아가는 게 보통인데, 지호는 답답할 수 있지만 하나씩 단추를 다시 채우며 오해와 불확실을 제거하는 사람이다. 누구나 살면서 타인에게 상처를 받는다. 그럴 때 지호의 방식을 써봐야겠다.”

지호에게 배울 건 또 있다고 했다. 바로 사랑관이다.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하면서도 상대방을 묵묵히 기다려줄 줄도 아는 마음이다.


정소민은 이번 드라마에서 두가지 관계가 중요했다. 하나는 남세희(이민기)와 2년간 계약결혼하는 것. 또 하나는 양호랑(김가은), 우수지(이솜) 등과의 친구관계다.

“남세희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중요한 곳은 공간이었다. 그래서 결혼한다. 하우스 푸어와 홈리스의 만남이다. 힘겹게 집을 장만한 세희는 세입자가 필요했고, 지호는 내 한 몸 누일 수 있는 집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호는 절친 우수지에게 계약결혼 사실이 들통난다. 하지만 정작 지호가 당황스러운 건 계약 결혼이 아니라 뒤숭숭한 자신의 감정에 있었다. 가짜 남편을 향해 달려가는 자신의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지호-호랑-수지의 친구관계도 꽤 흥미로웠다. 이들 셋이 나오면 분위기가 살아났다.

“실제로 세 명이 동갑이어서, 작품을 찍으면서도 편하게 얘기를 나누며 상의를 했다. 실제 연기에도 도움이 됐다. 캐릭터 각자의 개성이 달라 더욱 재미이었다. ‘재들은 왜 셋이 친구일까?’ ‘이렇게 다른데 어떻게 친구가 됐나?’라고 하지만 저절로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실제 제 고교 친구 2명이 이들과 똑같은 구조다. 내가 중간 입장이다. 그래서 더 재미 있었다.”

이쯤에서 이번 드라마에 나오는 세 남자중 어떤 남자가 가장 좋냐는 질문을 던졌다. 아직 결혼관이 자리잡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제 엄마가 열혈시청자였다. 마상구(박병은) 대표 얘기를 하셨다. ‘저 남자 정말 괜찮지 않니’라고. 나는 이상형이 없다. 남세희 같은 남자와 만나는 것도 생각 안해봤다. 이민기 씨는 처음 만났는데, 생각보다 엉뚱하고, 말투는 어른스러웠다. 그런 점이 세희와 닮아 의지할 수 캐릭터가 된 것 같다.”

정소민은 연기를 할때 대본에 나오지 않는 캐릭터의 과거 일기를 쓴다. 캐릭터와 자신과의 거리를 좁히는 작업이다. 지호 캐릭터의 역사도 자세히 썼다.

“대본에 없는 부분이 중요하다. ‘이 사람이 왜 이런 말을 하지’에 대한 대답은 이전에 있다. 그걸 생각해내 최대한 체화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사이사이 점프된 인물의 모습을 찾아낸다.”

지호의 2회 대사중 이런 게 있다. 정소민에게 충분히 공감이 된 대사다.

“꿈을 먹고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 이제부터 내 인생은 깜깜한 터널을 혼자 걷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깜깜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외로울 줄은 몰랐다”

정소민은 “이 대사로 저 역시 위로받았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매번 노력하지만 바로바로 결과물로 나오지 않는다. 쌓아온 능력치가 없어서다. 애를 많이 쓰는데 결과는 언제 나오냐는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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