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항아리 게임’ 해보셨나요?
뉴스종합| 2017-12-14 11:24
지금은 한풀 꺽였지만 한 달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게임이 있다. 내로라하는 게임 플레이어들을 좌절시키고 화나게 만든, 일명 ‘항아리 게임’(원제:Getting over it)이다. 유튜브에는 게이머들을 멘붕시킨 수많은 영상이 올라와 있고, 실패 사례들만 편집한 모음영상도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3분13초에 클리어했다는 세계신기록 얘기는 글로벌 화제거리가 될 정도다.

그 흔한 블럭 맞추기도 해본 적 없지만 이 게임에 끌린 건 이런 화제성 보다 게임 개발자의 독특한 이력을 보고나서였다. 게임 개발자인 베넷 포디는 멜버른 대에서 생명윤리학을 전공하고 철학 박사학위를 딴 뒤 옥스포드대 신생명과학 윤리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을 지낸 게임개발자로선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옥스포드와 프린스턴에선 도덕철학 연구원으로 중독과 자유의지에 관한 연구를 해온 그는 지금 뉴욕대에서 게임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이 게임은 항아리 속에 몸을 끼인 상태의 남자가 망치 하나로 난관을 극복해가며 가파른 산을 오르는 식으로 진행된다. 마우스를 이용해 남자의 상체와 해머를 조정하는데, 적절한 힘과 순발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바로 낙하하며 그동안의 노고가 허사가 된다. 게이머들은 다시 원점부터 시작하는 수없는 도돌이표 속에서 마침내 질려 두 손 들고 포기선언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게임 개발자는 왜 이런 게임을 만들었을까?

그는 흥미롭게도 게임 개발 이유를 공식 트레일러를 통해 밝혀놓았다. 포디는 “이 게임은 고통스럽고, 변덕스러우며 야망을 가진 이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관대하지 못하고 차갑다”며,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이상한 개발 이유를 댔다.

이 말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지만 개발자는 게이머들이 숱한 좌절감을 극복하고 도전을 거듭해 성취감을 맛보도록 설계했을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난관에 봉착하면 몇 번 시도하다 쉽게 포기하고 만다. 그런데 개 중엔 포기란걸 모르는 이들도 있게 마련이다. 큰 성취감은 그들 몫일 수 밖에 없다. 포디는 그런 이들을 위해 선물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1년 전,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삼포세대’에게 몇 가지 경험적 조언을 들려줬는데, 딸의 얘기가 공감이 갔다. 당시 그의 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4년째 백수상태였다. 대학 때부터 취직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는데도 입사지원서를 내는 곳마다 떨어져 서른 번이나 떨어졌다고 했다. 그런데도 딸이 아무렇지 않아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어느날 딸이 자기 자신이 무척 실망스럽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그 때 이치로는 딸에게 “너의 가치는 회사의 평가와 다르고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해줬고, 딸은 그 후 더 몇 번을 시도한 뒤 취직했다고 한다. 연말은 한 해를 결산하느라 부산한 때이다. 기대했던 걸 이루지 못하고 ‘항아리 게임’ 처럼 실패란걸 밥먹듯하더라도 또 새롭게 시작하자. 

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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