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사라지는 기부 천사…운용 투명성 높여야 돌아온다
뉴스종합| 2018-01-04 11:30
절정으로 치닫는 동장군 위세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는 소식이 안타깝다. 연말연시 쏟아져 나오는 각종 기부 관련 통계를 보면 그 정도의 심각성이 잘 드러난다.

실시간 기부 추세를 가장 잘 반영한다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 상황이 우선 그렇다.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목표대비 실제 모금액을 온도로 표시하는 데 3일 현재 80.5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4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이며 1년 전 84.8도보다 4도 가량 떨어졌다. 그나마 규모가 큰 단체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니 마음이 더 무겁다. 중소규모 모금 단체들은 존립을 걱정할 정도이고, 사회복지시설에 답지하던 쌀과 연탄 등 현물 기부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정부 통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통계청이 2년마다 실시하는 사회조사에서 ‘기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2011년만해도 36.4%였다. 하지만 2017년 조사에서는 이게 26.7%로 10%포인트 가까일 뚝 떨어졌다. 국세통계연보 기부금 현황에 따르면 2016년 국내 기부금 신고자 수는 71만5260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4년간 신고자가 꾸준히 줄어들었고, 최근 1년 사이 7만명 가량의 기부 천사들이 사라진 것이다. 그야말로 기부 가뭄이고 기부한파다.

기부 열기가 이처럼 싸늘하게 식은 것은 지속적인 경기 불황과 모금 단체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나눔실태 및 인식현황’ 보고서를 보면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로 절반 이상(52.3%)이 ‘경제적 여유’를 들었다.

당장 일자리를 걱정하고 먹고 살기도 바쁜데 남을 도울 여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지난해 불거진 이른바 ‘어금니 아빠’와 ‘새 희망 씨앗’ 사건은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일부 모금 주체들의 불분명한 기부금 사용에 기부자들의 거부감이 커진 것이다. 경기와 무관치 않다지만 모금 기관의 운영 투명성 회복이 식어가는 기부 문화를 되살리는 관건인 셈이다.

기부단체들의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누구라도 사용 내역을 열람할 수 있는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은 특히 필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위축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도 다시 전개될 수 있는 분위기 조성도 절실하다. 기부 신뢰도를 높이면 그 열기는 얼마든지 다시 올라갈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선의의 기부를 가로막는 세법을 손봐야 한다. 거액을 장학재단에 기부했다가 증여세 폭탄을 맞은 수원교차로 창업주의 어처구니없는 사례가 더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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