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이 “일 벌이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아이러니
기사입력 2018-01-04 11:30 작게 크게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일 신년회에서 “기업들이 많은 일들을 새롭게 벌일 수 있게 제도와 정책을 설계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박 회장은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기업 규제 수준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높다”고 일갈했다. 그런에도 또 하룻만에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규제개혁에 나서 달라고 또 주문했다. 규제개혁에 대한 재계의 염원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업은 일을 벌여야 성장한다. 그래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그건 기업의 숙명이다. 국가는 그걸 바탕으로 국력을 키운다. 돈 주머니를 틀어 쥔 기업들에 “일 좀 벌이라”고 정부가 장마당을 열어줘도 모자랄 판이다. 미국 일본 등은 법인세 인하 등으로 기업들 등 떠밀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기업이 “투자 좀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니 그런 아이러니가 없다.

다행히 정부도 같은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규제혁신은 혁신성장을 위한 토대”라며 “과감하고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난 연말부터 강조하고 있다. 이날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도 “우리 경제가 3만 달러 시대에 머물지 않고 계속 성장하기 위해선 4차 산업혁명에 조속히 진입해야 한다”며 “규제를 과감히 없앨 테니 신산업, 신시장 개척에 힘써 달라”고 화답했다.

문제는 국회다. 이처럼 정부와 재계가 한목소리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입법권을 틀어 쥔 국회는 아전인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규제혁파의 대표적인 법안은 현재 야당이 여당시절 주도해 만든 규제프리존법과 지금의 여당이 새 정부들어 마련한 규제샌드박스법이다. 여당은 “무분별하고 급한 규제완화는 안 된다”며 규제프리존법 반대 입장을 공공연히 밝힌다. 한국당은 겉으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법안이라면 협조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규제 프리존에는 반대하면서 규제 샌드박스는 추진하는 민주당의 이분법적 발상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규제프리존법은 여당의 반대로 앞날이 암울하고 규제 샌드박스법은 여야간 합의가 불발됐다.박용만 회장이 “정말 절규라도 하고 싶다”고 한 이유다.

1300여명이 모인 대한상의 신년회에서도 여야 지도자들은 결국 한마디의 긍정적인 말도 하지 않았다. 여야 모두 입장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2월 임시국회에도 희망은 절벽이다. 그걸 신년 벽두부터 확인하게 됐다는게 우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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