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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조우호 덕성여대 독어독문과 교수]교육부는 대학의 정원 조정을 시도하지 말라
뉴스종합|2018-01-09 11:23

새해 들어 각 대학들이 술렁이고 있다. 금년 상반기에 있을 이른바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대비하느라 야단이기 때문이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2015년에 실시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 이은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아니란다. 그래서 기본역량 진단이라는 명칭을 달고 나왔다. 과거의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대학의 정원 감축을 목표로 했다면, 이번 정부의 평가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라고 한다. 과연 사실이 그럴까? 그렇지 않다.

이번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분석해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상위 60%의 자율개선대학들과 하위 40%의 대학들을 구분하는 것이다. 하위 40%의 대학군은 다시 역량강화대학과 제정지원제한대학이라는 두 집단으로 나뉘지만, 두 집단 모두 정원 감축 권고(하지만 현재 정원 감축을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를 받는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즉 이번 정부의 대학 평가는 전국 대학의 정원감축 총량을 정하고, 이것을 하위 40% 대학들에 집중적으로 배분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다만 외형적으로 정원 감축을 하는 대학의 수를 줄여 다수 대학들의 반발을 줄여보자는 것이 과거 평가와 다른 점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현 정부의 교육부도 이전 정부에서처럼 교육 정책에 대한 무지와 단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교육부가 착각하는 것은 평가를 통해 대학의 등급을 매기면 대학 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그것은 평가가 공정하고 합리적일 때 이야기다. 하지만 교육부도 알겠지만 지금까지 평가로 나온 대학 등급이 1점 이하의 소수점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했고, 대다수 많은 대학들이 비슷한 점수에 몰려 있었다. 이런 경향은 이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1점 이하의 점수 차로 하위 40%의 대학에 든다면 어느 대학이 그 진단이 공정하다고 믿겠으며 그에 따른 정원 감축을 받아들이려고 할 것인가. 더구나 이전 정부의 평가에서 법적 근거도 없는 정원 감축 권고를 받은 대학이 그것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1점 이상의 페널티를 준다는 얘기가 들리니 황당할 뿐이다. 정원 감축을 하지 않은 대학은 바로 불량대학이 될 수 있으니, 그 페널티는 역량진단과는 상관없이 교육부에 반항한 괘씸죄에 해당하는 셈이다. 정부는 바뀌어도 교육부는 여전히 그대로인 모양이다.

교육부가 가장 크게 착각하는 것은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라 대학의 정원도 축소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교육부만의 착각은 아니지만 교육부의 단견이 여지없이 노출되는 부분이다. 조만간 고교 졸업생이 대학의 입학정원보다 적게 되는 것이 사실이고, 역사상 처음 겪는 현상이기도하다. 말하자면 교육의 수요와 공급이 역전되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는 것이 그렇게 부자연스런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사적 상품이 아닌 공공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대학 교육 역시 그렇다. 대학 교육이 대중 교육이 되었기 때문은 아니다, 국가 발전을 위한 핵심 산업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정부가 개입하고 지원하는 것이 용인된다. 대학 교육이 국가의 핵심적 공공재라면 공급 과잉은 어느 정도 허용되어야 하고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수요와 공급을 억지로 맞추거나 수요보다 공급이 적을 때는 언제든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시장을 심각하게 교란시켜 공공재의 자율성은 사라지고, 후자의 경우는 공공재의 품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사라질 것이다.

정부가 관심을 둘 것은 공공재의 품질을, 즉 대학 교육의 질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교육부의 대학 평가는 이런 점에서 대학의 정원 감축을 목표로 하지 말고 대학의 품질이 어떤지 엄밀하게 진단하고 그것을 대학과 시장에 알리는 것이 주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원 조정과 같은 그 이상의 시도는 불필요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와 고등 교육에 해로운 행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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