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가 질투한 조각가’를 만날 시간
기사입력 2018-01-10 11:21 작게 크게
한가람미술관, 알베르토 자코메티展
‘걸어가는 사람’ 등 작품 120여점 출품
힘있는 필치 인물 드로잉·페인팅 전시도


검은 장막을 걷고 들어가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무렵, ‘헙’하고 숨이 막힌다. 낮은 조도의 조명은 자코메티의 석고 조각 ‘걸어가는 사람’을 조용히 비추고 있다. 188센치의 큰 키, 강마른 몸, 수없이 덧붙인 석고, 부릅 뜬 눈은 강렬한 아우라를 내 뿜으며 존재감을 자랑한다. 단연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어두운 방에서 이 강렬한 조각과 마주하는 시간은 차라리 종교적 체험에 가깝다.

‘피카소가 질투한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가 왔다. 조각을 다량으로 선보이는 국내 첫 전시이자, ‘걸어가는 사람’ 석고 원본이 아시아에서 최초 공개된 전시다. 파리 자코메티 재단과 국민일보가 주최하고 전시기획사인 코바나 컨텐츠가 주관, 지난 12월 21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걸어가는 사람, 1960, 석고, 188.5×29.1×111.2cm, photo Marco Illuminati ⓒ Alberto Giacometti Estate/ SACK, Seoul, 2017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초기시절부터 말기까지 작품 120여점이 선보인다. 자코메티의 고향 스위스 스탐파에 있는 아버지 작업실에서 시작해 프랑스 파리에서 보낸 마지막 기간(1960~1965)까지 작가의 예술적 성취 과정을 그대로 따라간다.

전시에는 자코메티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디에고 상과 아네트 상 등 주요 작품이 모두 출품됐다. ‘걸어가는 사람’과 죽기 전 작품인 ‘로타르 좌상’도 포함됐다. 로타르 좌상은 마치 작가가 자기 자신을 빚어놓은 듯한 형상으로, 자코메티는 삶의 마지막 비통함과 아쉬움을 표현했다고 평가된다.

코바나 컨텐츠는 “서울 전시 바로 이전에 열렸던 테이트 모던 전시와 상하이 유즈미술관에서도 ‘걸어가는 사람’의 석고 원본은 공개되지 않았다. 서울전 이어 열리는 뉴욕 구겐하임 전시에서도 ‘걸어가는 사람’ 석고 원본은 볼 수 없다”며 “서울전시는 석고원본 15점을 비롯 걸작선으로 선정된 작품이 대거 선보여, 그 의미가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자크 뒤팽, 1965년 경, 캔버스 위 유화, 69.5×58cm ⓒ Alberto Giacometti Estate/ SACK, Seoul, 2017


조각 뿐만 아니라 인물 드로잉과 페인팅도 다수 전시됐다. 독특한 색감과 힘있는 필치가 인상적이다. 조각가 자코메티의 회화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3차원의 조각을 끌어내기까지 작가의 사유과정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건 덤이다. 이번 전시작품 평가액은 2조 1000억원으로 지난 2015년 ‘마크 로스코’전에 이어 두 번째 국내 최대 규모다. 전시는 4월 15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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