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근본 처방은 못한채 봉합해버린 파리바게뜨 사태
뉴스종합| 2018-01-12 11:27
파리바게뜨 본사와 한국노총ㆍ민주노총 소속 파리바게뜨 제빵사 노조가 11일 자회사를 활용해 제빵사들을 고용하는 내용의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9월 협력 파견업체 소속 제빵사 5300여명을 불법파견으로 규정하고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내리며 파리바게뜨 사태가 촉발된 지 112일 만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파리바게뜨 본사(파리크라상)는 51% 이상 지분을 갖고 대표까지 맡는 상생기업을 설립한다. 여기에 소속된 제빵사들은 기존보다 평균 16.4% 인상된 급여를 받고 3년내에 임금과 복리후생을 본사 수준으로 맞춰받게 된다. 휴일도 월 6일에서 8일로 늘어난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에 부과키로 한 과태료를 없던 일로 하고 파리바게뜨도 정부를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을 취하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사태의 마무리로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과제들이 미결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겉모양새는 상생합의라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거의 모두 본사와 가맹점주 부담이다. 주식회사에서 51%의 지분은 완전한 지배를 의미하는 동시에 모든 책임까지 수반한다. 형태만 자회사일뿐이다. 본사 직고용 지시의 수용과다름없다. 민노총이 “고용만하고 책임은 회피해 온 과거의 불법파견 구조를 본사가 책임지게 하는 구조로 만들었다”고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노동부는 일정시한까지 직접고용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법원은 시정지시는 강제사항이 아니라며 효력정지 소송을 각하해버리고 발을 뺐다. 160억원이 넘는 과태료 부담을 일단 지고 봐야 할 파라바게뜨 본사로서는 시한에 떠밀려서라도 협상에 끌려다니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가장 근본원인인 파견법 문제는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다. 이번 합의안에서 완전히 배제된 기존 협력업체와 양대 노총과 다른 독자 노선을 걷겠다던 해피파트너즈 소속 제3 노조에 대한 배려는 오히려 부차적이다.

현행 파견법은 협력 업체 직원이 용역 계약을 체결한 원청 업체로부터 직접적인 관리ㆍ감독을 받으면 불법 파견으로 규정한다. 협력업체를 자회사로 간판을 달리한다고 불법파견이 합법파견으로 바뀌는 건 아니다. 게다가 가맹점주가 제빵사에게 근무시간 동안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는 것도 직접 관리ㆍ감독한 것에 해당돼 불법 파견이다. 결국 가맹점주가 직접 제빵기사를 고용하기 전에는 불법파견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나기 힘든 것이 현행 파견법이다. 적어도 그 문제는 해결했어야 부담만 커진 본사와 가맹점주들도 일 할 맛이 날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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