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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사건, 여자라서 구하지 않은 것”…여초연합, 소방관 등 처벌 요구
뉴스종합| 2018-01-13 17:41
-여초연합, 홍대서 제천 진상규명 집회 가져
-남성 건물주, 소방당국 등 처벌 요구
-일부에선 남성과 주최 측 살랑이 벌어져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제천 화재참사 속 여성혐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이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집회를 통해 ‘여성학살’을 가능케 한 남성건물주와 소방당국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집회장 곳곳에서는 작은 충돌도 발생했다.

인터넷 카페 ‘여초연합’ 회원 60여명(주최 측 추산)은 13일 오후 2시2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서울 마포구 홍대걷고싶은거리 ‘여행무대’에서 ‘제천여성 학살사건 : 제천 스포츠센터 2층 여탕시설은 화재시 몰살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내용으로 집회를 가졌다. 


이날 참가자들은 남성건물주와 소방당국, 제천 여성 피해자들을 비하하는 게시글을 올린 누리꾼들에 대한 진상규명 및 처벌을 요구했다. 아울러 2층 여성 목욕탕 화재 피해자들의 신고전화 녹취록 요구와 여성안전권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을 주창했다.

마이크를 잡은 행사 진행자는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가 사람을 죽였다”면서 “어떤 여자라도 그날 그 시간에 목욕탕에 갔으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여성들이 운이 좋아서 살아남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서는 사진을 찍으려는 참가자들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설전이 붙기도 했다. 남성단체 ‘안티페미연합’ 측이 인근에서 1인집회를 계획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이 단체 회원 유모(32)씨는 “(소방당국이) 죽이고 싶던것도 아니고 구조를 진행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긴 문제”라면서 “여성혐오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전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집회 진행 정보를 보고 방문했다고 한 남성 시민은 참가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주최측에 의해 제지된 이 남성은 마포경찰서 측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이날 집회에 대해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집회를 구경하던 20대 중반 여성 김모씨는 “입장이 뚜렷하지 않고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사회일상적인 것에서 흔적을 찾는 자세는 바람직하다”면서 “(집회 등) 사회 참여 활동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성모(16ㆍ여) 양은 “사건으로 인해 불신이 깊어진 상황이다”라며 “집회가 자극적인 부분이 없지 않지만, 공론화를 위해 그렇게 의도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동조했다.

스스로를 제천사람이라고 밝힌 직장인 이승용(23) 씨는 “이번 참사는 구조적인 차원의 문제인데, 모금운동이나 소방관에 대한 위로가 진행되는 게 맞지 않냐”고 비판했다. 직장인 이제준(22)씨도 “여성이 많이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이런 식으로 접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집회는 폐쇄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주최측의 지시에 따라 참가자들은 두꺼운 외투와 모자ㆍ마스크를 착용했고, 거리 보행자들의 사진촬영은 엄격하게 금지됐다. 여행무대 인근에서는 주최측이 사진을 찍는 보행자들에게 찾아가 거듭 “사진을 지워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집회 주체 측 관계자는 “참가하신 분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면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막기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집회가 진행중이던 오후 2시50분 께에는 한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집회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했다.

이날 경찰도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한 경찰관은 “정보과 형사를 포함해, 현장에는 30여명의 경찰이 대기하고 있다”면서 “혹시 모르는 충돌에 대비해 많은 경찰들이 나와 현장을 살폈다”고 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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